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이 한화로부터 마지막 주식 매각 기회를 통보받았다. 국내 식자재·급식업체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회장이 GS리테일(옛 LG유통) 푸드서비스 사업부에서 분리해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운 회사다. 비상장 가족회사로 구자학 회장의 4남매(구본성·구미현·구명진·구지은)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구지은(왼쪽) 전 아워홈 부회장과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모습. 아워홈 마곡 본사 집무실에서./구지은 페이스북

◇ “마지막 매각 기회” 제안받은 구지은 전 부회장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최근 구미현 아워홈 회장과 한화 측으로부터 아워홈 지분 40.27%의 매각 의사를 묻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20.67%와 구지은 전 부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명진 전 이사의 지분 19.60%가 대상이다.

매각 조건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종전에 한화 측이 제시한 양해각서(MOU)와 큰 틀에서 같다. 한화로의 지분 매각은 사남매 중 둘째인 구미현 아워홈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데, 구 회장의 지분 매각 가격도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화 측과 이미 MOU를 체결한 구본성 전 부회장도 주당 6만5000원에 매각하는 것에 동의했다.

만약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이번 내용증명에 응하는 답신을 보낼 경우 한화는 아워홈의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주식 매각에 대한 입장을 정해 통보해야 한다. 내용증명에는 “마지막으로 매각 기회를 드린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그래픽=이은현

◇ 한화, 변수로 꼽히던 우선매수권 건너뛴 이유

지난해 말 한화가 아워홈 인수에 처음 뛰어들었던 때만 하더라도 아워홈 정관에 있는 우선매수권이 변수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에 긍정적이었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워홈 정관 9조 3항은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주주 명부상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화가 매수하겠다는 가격을 구지은 전 부회장이 감내할 수 있다면 한화보다 먼저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내용증명에서는 ‘우선매수권에 대한 기회’라고 표현하지 않고 ‘마지막 주식 매각 기회’라고 표현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한화 측이 우선매수권에 대한 기회는 이미 소멸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MOU 체결 당시 주당 매각 가격을 명시했고 충분히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의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은미 법률사무소 서담 변호사는 “우선매수권 행사는 별도 주주 간 계약으로 정한 절차가 있다면 해당 절차를 지켰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지만, 따로 절차를 정하지 않았다면 실질적으로 우선매수권 행사를 방해할 목적이 없이 행사 기간을 충분히 줬는지, 우선매수권 행사 방해를 위해 지나치게 허황된 가격을 부른 것은 아닌지 여부로 결정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최소 한 달의 기간이 부여됐고 제시한 금액으로 매수 의향자가 실질적으로 매입을 할 경우에 문제 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종전까지 우선매수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주식 매각 의사를 묻는 마지막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 구지은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실사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MOU를 추진 한다는 내용만 고지받았다”면서 “제대로 제안을 넣으면 그때 대응에 나설 계획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 가격·진술 보장 내용 보면… IB업계 “한화의 통 큰 배팅”

한화가 아워홈에 제시한 주당 6만5000원,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이란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란 평가가 많다. 경쟁사로 꼽히는 급식·식자재 업체인 현대그린푸드(453340)CJ프레시웨이(051500), 신세계푸드(031440)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율(PER) 평균은 2.91 수준이다. 그런데 한화는 아워홈의 주가수익배율을 약 11.0 정도로 평가해 줬다. 또 한화가 제시한 주식 가격은 아워홈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스스로 평가한 가치(3만8000원)보다도 1.7배 가량 높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입 가격이 싸고 비싸고는 인수 후 성과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결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동종업계 상장사인 현대그린푸드나 신세계푸드 등에 비해 매각가가 높게 책정된 편”이라고 했다.

진술·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조항 측면에서도 그렇다. 진술·보장이란 계약에서 일정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진술하게 하고 만약 진술한 사실이 진실이 아닐 경우 그가 진술을 통해 보장한 내용대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이다.

한화와 구미현 아워홈 회장 측은 실사 후 협의 과정에서 ‘안티 샌드배깅’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 샌드배깅이란 매수인이 매도인의 진술·보장이 사실이 아님을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매수인이 인수합병(M&A) 계약 체결 및 거래 완료 후에 이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워홈 인수 후에 한화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경영상 흠결이 발견되더라도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을 아워홈 주주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통상 안티 샌드배깅 조항을 넣으면 가격 협상 여지도 있어야 하는데 매각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안티 샌드배깅을 넣어줬다”면서 “매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나 조건에서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