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을 3.0%까지 딱 끌어올렸지요? 그럴 줄 알았어요.”

사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삼아벤처가 상장사 사조산업(007160)의 주식 3%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그룹의 계열사 삼아벤처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8월 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18번에 걸쳐 2만9644주가량 매수했습니다. 삼아벤처의 주당 평균 매입가는 약 4만원선. 회사 운영자금 11억8660만원을 들여 사조산업의 주식을 매수한 것입니다.

그래픽=정서희

삼아벤처가 사조산업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올 3월부터입니다. 이때부터 8월까지 삼아벤처는 꾸준히 사조산업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거래일자로 따지면 이틀에 한 번꼴로 부지런히 매수했습니다. 이때부터 증권가에서는 삼아벤처가 지분율을 3%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바로 ‘3%룰’ 때문입니다.

3%룰이란 상장사가 감사(또는 감사위원)를 선임할 때 회사의 지배주주가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입니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이죠.

소액주주와 잊을 만하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조산업은 3%룰 때문에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조산업은 2021년에 비상장 계열사인 캐슬렉스 골프장 합병을 추진했었는데,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합병을 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한다며 반대했습니다. 또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면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가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일이 있었지요.

이때 사조산업은 3%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소액주주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2020년 상법에 도입된 3%룰 때문에 지분 행사에 제약이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사조산업 지분은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 25%, 주진우 회장 14%를 포함해 전체 56%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지분율)은 각각 3%씩만 행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의결권 21%를 확보한 소액주주들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 회장은 꼼수를 썼습니다. 지인 2명에게 3%씩 지분을 빌려주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쪼개기를 통해 3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지요. 결국 주 회장 측이 승리했습니다. 지분 쪼개는 방법이 통한 것입니다.

최근 삼아벤처만 사조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열사 사조농산도 이달 18일부터 22일까지 1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해 사조산업의 주식 2727주를 매수했습니다. 아직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사조농산도 결국엔 사조산업의 지분을 3%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사실 지금 사조그룹의 계열사 중 사조오양은 작년 4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했습니다. 당시에도 3%룰에 가로막혀서 사조대림이 가지고 있던 지분 60.53% 중 3%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선임한 것입니다.

소액주주 대표로 추천된 사외이사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로 주주 권리와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입니다. 올해 사조오양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교수는 결산배당, 이사후보 추천, 대표이사 변경, 향후 사외이사 법률자문비용 처리 방안 등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곤 했지요.

대신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관계사 보유 주식 처리 방안 추후 이사회 의안 상정, 성과보상위원회 설치 등의 안건에 대해선 이상훈 교수만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지요. 모두 기업경영 투명성과 관계있는 안건입니다.

사조그룹이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사조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평가하는 한국ESG기준원에서 C등급을 받았습니다. 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동아원, 사조씨푸드, 사조오양 등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ESG기준원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지요.

내년 주주총회에서도 사조그룹은 소액주주와 한판승을 벌이게 될까요? 계열사가 이렇게 십시일반 운영자금을 동원해 지분을 3%씩 매입한다면 소액주주가 목소리 내긴 점점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3%룰이 대주주의 전횡을 가로막기 위해 만든 것인데 개정된 지 3년 만에 우회로가 나왔네요. 주주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란 아직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