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직원(파트너)들이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에 나선 가운데,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2주 연기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당초 이 이벤트를 오는 12일부터 연말까지 80일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주가 연기돼 결과적으로 행사 기간이 2주 줄어들게 됐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날 저녁 사내 게시판에 “2021 겨울 e프리퀀시 기획상품(MD) 출시와 프로모션 행사를 2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는 음료를 마실 때마다 프리퀀시(일종의 도장)를 일정 개수 적립하면 이듬해 다이어리나 무료 음료를 주는 대규모 연례행사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리유저블(다회용) 컵 증정 행사로 매장 직원들의 불만이 터진 상황에서 행사를 강행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5일 직원들을 대표하는 행복 협의체와 회의를 진행해 ‘겨울 e프리퀀시’ 행사를 2주 연기하기로 했다. 미리 공지된 핼러윈 음료와 굿즈 판매는 예정대로 12일 진행한다”며 “행복 협의체 및 사내 인트라넷인 사이렌 아이디어의 건의사항을 경청해 파트너들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럭 시위 주최 측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통해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길 바란다”며 “단기적인 원인으로 트럭 시위가 발발하지 않았듯,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지금의 위기를 무마하지 말라”고 했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28일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했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회사의 잦은 MD 출시와 프로모션 행사로 업무 강도가 가중되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7일부터 이틀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엔 노동조합이 없지만, 블라인드에서 실시한 모금에 직원 180여 명이 동참해 시위를 위한 금액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스타벅스의 MD가 인기를 끌자 회사가 MD 출시와 행사를 늘려 매장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행사 때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지만,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진행한 리유저블 컵 증정 행사에선 한 매장에 대기 음료가 650잔에 달했다는 증언이 블라인드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5일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가 파트너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지만, 다음날 스타벅스가 이달 12일부터 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해 ‘말뿐인 사과’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송 대표는 “권한의 명확한 현장 위임과 정형화된 프로모션 개선, 채용의 탄력성 확보, 조직 개편을 통한 소통 채널 강화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달 말까지 개선책을 마련해 직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트럭 시위의 핵심은 인력 보충 시스템”이라며 “‘바리스타 N개월 내 퇴사율’이 점장의 인사고과에 반영될 정도로 초기 퇴사율이 높다. 급여 인상과 처우 개선을 통해 유능하고 숙달된 파트너들을 붙잡을 만한 직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