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신발 편집숍들이 잇달아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한정판 운동화 수집 열풍이 시들해지고, 신흥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신발 판매업체 풋락커는 올 상반기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 2021년 4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1호점을 낸 지 4년여만이다. 풋락커는 지난해 12월 건대점과 IFC몰점을 폐점했고, 지난달 온라인 스토어 운영을 종료했다. 다음 달 10일엔 코엑스몰 매장을 폐점할 예정이다.
이번 한국 사업 철수는 풋락커 본사가 내세운 글로벌 전략 재편의 일환이다. 풋락커는 2023년 전 세계 매장 400개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작년 3분기 풋락커 매출은 19억58만달러(약 2조7634억원)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3300만달러(약 48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2800만달러)보다 더 늘었다.
한국에서 풋락커는 진출 이래 적자 경영을 지속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풋락커코리아의 매출은 국내 진출 첫해인 2021년 165억원에서 2023년 45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2021년 90억원, 2022년 127억원, 2023년 115억원을 기록했다.
풋락커는 나이키, 조던, 아디다스, 푸마, 컨버스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과 의류, 스트리트 브랜드 등을 취급해 왔다. 소위 ‘한정판 운동화 성지’로 이름을 날리며 운동화 수집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운동화 수집 열풍이 줄고 한정판 및 협업 운동화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면서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했다.
풋락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나이키 대신 온러닝, 호카 등 신생 러닝 브랜드가 호응을 얻는 것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들 신생 브랜드는 신발 편집숍이 아니라 자체 판매 채널에서 판매하는 D2C(소비자 직접 판매) 브랜드를 지향한다.
앞서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영국 신발 편집숍 JD스포츠와 2017년 진출한 일본 신발 편집숍 아트모스도 2023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잇따른 브랜드 철수에 따라 국내 신발 편집매장은 일본 ABC마트와 이랜드 슈펜 정도가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 점유율 1위인 ABC마트의 2023년 매출은 6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했다.
신발 편집숍의 부진은 세계적인 추세다. 1999년 설립된 스웨덴 스니커즈 부티크 스니커즈앤스터프(Sneakersnstuff)는 최근 미국, 일본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한때 1억유로(약 1504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는 4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신발 편집숍 이스트베이(Esatbay)가 사업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