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어용품 브랜드 웰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웰라 국내 유통사인 아레테온은 웰라 제품을 공급해 온 미용실 2000여 곳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고, 지난달 말일 자로 브랜드 몰 운영을 종료했다.
이번 사업 중단은 글로벌 본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테온 측은 “글로벌 본사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웰라의 한국 시장 완전 철수’ 결정으로 인해 2월부로 더 이상 웰라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웰라 글로벌 본사에 이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여러 번에 걸쳐 강력히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1880년 독일에서 출범한 웰라는 2003년 프록터앤드갬블(P&G)에 인수된 후 2015년 화장품 기업 코티가 웰라와 함께 P&G의 뷰티 브랜드 일부를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이어 2020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코티의 헤어·네일 사업 부문의 지분 60%를 인수한 후 현재 웰라컴퍼니 독립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코티가 웰라를 포함한 헤어·네일 사업을 매각한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헤어 사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미용실이 폐쇄되고, 소비자들이 가정용 염색 제품 구매를 늘리면서 2020년 1분기 코티의 전문 미용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그러나 웰라의 매출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패션 전문지 WWD에 따르면 웰라의 2023년 매출은 21억9000만달러(당시 평균 환율 기준 약 2조8580억원)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웰라는 국내 시장에 1981년 진출했다. 1990년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해 경기도 안산에 생산공장을 세워 제품을 자체 조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글로벌 본사 주인이 바뀌면서 국내 유통사도 몇 차례 바뀌었다.
최근까지는 에스피더불유코리아가 14년간 웰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해 왔다. 에스피더불유코리아 유한회사는 작년 말 법인명을 아레테온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셀프 염색약 등 다양한 염모 제품의 등장으로 기존 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을 웰라의 철수 원인으로 꼽는 시각이 많다. 한 미용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경쟁사 제품이 출시되고 유행이 바뀌면서 웰라 헤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지 꽤 됐다. 이는 로레알 제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레테온은 웰라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지난달부터 일본 타키가와 그룹의 헤어살롱용 염모제 ‘피오레(FIOLE)’를 선보이고 있다. 1931년 설립된 타키가와 그룹은 헤어‧에스테틱‧메디컬 분야 제품 5만여 개를 유통하고 있다. 2008년 독립법인 피오레코스메틱스를 세웠고, 15년간 세계 시장을 확대한 결과 매출이 연평균 20%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