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휠라, 골프 장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로 알려진 아쿠쉬네트를 보유한 휠라홀딩스(081660) 주가가 1년 간 반토막 났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인 윤윤수 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주가를 올 들어서만 약 580억원 규모로 매입해 눈길을 끈다.

그래픽=이은현

휠라홀딩스는 23일 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0.37% 하락한 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작년 6월 29일 기준 5만9400원을 기록한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년 새 5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9.6% 떨어진 것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크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전세계적인 골프 산업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21% 증가한 3조7940억원, 영업이익은 44% 늘어난 49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매출은 4조원, 영업이익은 5200억~53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적의 두 축인 휠라, 아쿠쉬네트 가운데 아쿠쉬네트의 기여도가 크다. 작년 아쿠쉬네트 영업이익이 77.6% 증가한 2913억원으로 휠라의 영업이익인 2014억원(13.8% 증가)을 뛰어 넘었다.

◇ 골프용품 판매 둔화+휠라 브랜드 구조조정 우려

문제는 올해부터 골프 산업에서 역(逆)기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2년 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스포츠 활동이 제한되며 골프 산업이 호황이었지만 올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거품이 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휠라홀딩스의 1분기 매출은 8.6% 증가한 1조736억원, 영업이익은 8% 줄어든 1688억원에 그쳤다. 휠라, 아쿠쉬네트 모두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휠라는 작년 530억원에서 올해 460억원으로, 아쿠쉬네트는 1310억원에서 1230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아쿠쉬네트의 브랜드 강화를 위해 판매관리비(판관비)를 늘렸고 휠라 브랜드의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매출 채널 비중 조정,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타격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휠라의 브랜드력에 대한 우려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휠라는 백화점, 대리점 등 소매 채널을 통한 판매에 주력하다 2016년부터 ABC마트, 슈마커 등 도매 판매(홀세일)를 본격화 했다.

재고 관리와 수수료 부담은 덜 수 있었지만 유통업체들이 가격 할인 경쟁을 펼치면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 회장의 장남으로 2007년 휠라에 입사한 윤근창 대표는 2월 글로벌 5개년 전략을 발표하면서 휠라 브랜드 혁신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휠라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 재정립 하면서 온라인 D2C(소비자 직접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5년 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휠라홀딩스가 단기적으로 유통 채널 조정, 상품 개발, 인력 충원에 대한 투자 확대로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다만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윤윤수 회장, 올 들어서만 지분 588억 매입...지배력 강화 나서

당분간 주가 상승 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개인회사인 피에몬테를 통해 올 들어 588억원 규모의 지분 매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홀딩스 최대주주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21.62%에서 최근 24.75%까지 올라갔다.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 피에몬테는 윤 회장이 지분 75.18%를, 윤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의료용 전동스쿠터·휠체어 제조사 케어라인을 통해 20.77%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윤 부자가 주가 하락 국면에서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재의 20%대 지분율로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 IR 담당자는 “회사 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고 공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예고한 상황”이라며 “고금리, 물가 상승 국면에선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