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연간 2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수익성이 악화된 패션 스타트업 브랜디가 부채와의 전쟁에 나섰다.

브랜디 측은 고객이 사용하는 포인트 최대 사용률을 4월 1일부로 축소한다고 4일 밝혔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결제 금액의 50%까지 포인트를 사용해 결제할 수 있었지만, 포인트 사용률 변경 후에는 결제 금액의 10%까지만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다.

브랜디는 자사 이용약관에 포인트 및 쿠폰의 유효기간을 부여한 날로부터 6개월까지로 적시했다. 고객이 6개월 이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포인트는 브랜디의 부채로 인식된다. 포인트는 이연수익이어서 장부에 부채(빚)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 ‘부채와 전쟁’ 나선 브랜디...포인트는 장부상 ‘빚’ 고객 혜택 축소

포인트를 빚으로 쌓아둔 기업 입장에선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잊어버리길 은근히 바랄 수밖에 없다. 포인트 소멸은 빚이 저절로 없어진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다. 유통사들은 고객이 포인트를 최대한 사용하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브랜디가 이번에 포인트 정책을 변경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예컨대 고객이 6만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포인트 사용률 변경 전에는 12만원어치를 사면 포인트를 다 쓸 수 있다. 결제 금액의 50%까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제 금액 12만원 중 포인트로 6만원을 대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4월 1일부터는 똑같이 6만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도 결제금액의 10%까지만 포인트를 쓸 수 있어 60만원어치를 사야 포인트를 다 쓸 수 있다.

브랜디 입장에서는 포인트 사용을 위해 고객들이 더 돈을 많이 쓰게 해 거래량을 늘릴 수 있다. 설령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지 않아도 고객들이 포인트를 결제금액의 10%까지만 쓰면 남은 포인트는 6개월 후 소멸되기 때문에 이 역시 부채를 줄일 방법이다.

브랜드의 부채는 약 287억원(2020년말 기준)으로 전년(약 200억원)보다 약 44%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200억원으로 전년(82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엔 적자폭이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기간 반품충당부채 역시 6배 가량 증가했다. 포인트충당부채는 약 19억원에 달했다.

◇ 고객 서비스도 축소 ‘인건비 절감’...과도한 혜택 축소는 고객 반감 불러

‘하루배송’을 앞세워 성장한 패션 스타트업 브랜디는 지난해 기준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연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거래금액이 증가할 수록 물류비가 늘어 적자폭도 커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 혜택을 축소하는 임시방편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랜디는 포인트 혜택 축소를 예고함과 동시에 고객서비스도 축소했다. 고객 만족 사후관리를 위한 전화상담 등을 중지하면서 인건비를 축소한 것도 그 일환이다.

2일 기준 브랜디 애플리케이션에 안내되어있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누르면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상담원 보호를 위해 유선 상담을 하지 않는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러나 비슷한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 지그재그의 경우 상담원과의 전화 상담 문의가 가능하다. 재택근무, 유연 근무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반품 및 환불 문의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A씨가 브랜디에서 주문한 봉제불량 제품. /독자 제공

최근 브랜디에서 봉제 불량 제품을 배송받은 소비자 A씨는 전화 문의가 불가해 메신저로 힘들게 연결이 됐지만 ‘이미 착용해 반품 불가’라며 교환 및 환불을 거절당했다.

이 소비자는 “1시간 입었는데 옷이 찢어져 있었다”며 “고객센터 연결도 안 되고 불량제품 환불도 안 되는데 빠른 배송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고객 대응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플랫폼 이용자들의 고객 만족도 하락은 반감을 불러 일으켜 충성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점 효과 때문에 패션플랫폼이 무한 배송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의류 같은 경우 배송과 함께 고객 서비스, 품질 등을 개선해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이 흑자 전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