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분기(7~9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해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면서 면세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면세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복귀가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 오는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이 작년 11월부터 시행한 한국인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3개월간 중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전년 대비 60% 늘어난 만큼,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비자 면제로 인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800만명에 육박했던 중국 관광객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2020년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46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 관광객이 감소에도 국내 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대상 판매를 늘려 2019년 매출 24조858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면세점이 다이궁에 지출하는 송객 수수료가 50%까지 치닫자, 면세점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송객 수수료를 30%대까지 낮추면서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면세 사업자들의 개별 실적도 부진하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4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359억원)과 현대면세점(-288억원)을 비롯해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롯데면세점도 작년 1∼9월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으로 연간 적자가 유력하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지난 1월 부산 센텀시티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업계는 정부의 중국 단체 관광객 대상 무비자 정책 시행이 업황 회복의 물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중국인 고객 비중이 70%, 매출 비중이 90%에 달했던 만큼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면세점은 최근 대형 다이궁과 거래를 중단한 바 있어 이번 정부 정책 효과에 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은 여행사와 협력을 통해 한국 여행 상품에 면세점 방문 코스를 개발하는 한편, 중국 고객들을 위한 페이먼트(지급)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프로모션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17년 서울 명동 본점에만 일평균 1만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방문했다”며 “지금도 월평균 1만명의 단체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고, 이들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3분기 이후 중국 단체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의 내수 부진 장기화를 걸림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쇼핑하도록 조성한 면세 지역 하이난성의 지난해 면세 매출은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이 기간 하이난을 방문한 관광객도 16% 줄었다. 아울러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의 쇼핑 거점이 면세점이 아닌 성수, 홍대 등 길거리 로드숍(다이소, 올리브영)으로 이동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와 의료 ·뷰티 단체 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로 활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달에만 중국과 태국의 기업·인센티브(포상) 단체관광객 2000여명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또 여행사와 협력으로 의료·뷰티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해 월평균 400명 이상, 연간 5000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외에 중국 관광객이 좋아할 브랜드 위주로 매장을 개편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홍보와 중국 페이먼트 제휴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객당 구매액이 높은 프리미엄 비즈니스 관광객에게 집중함으로써 매장 혼잡도를 낮추고 매출 효율은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적용이 면세 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