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유통 업계가 야구팬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인 야구를 활용해 팬심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이달 5일 롯데자이언츠 공식 브랜드 관을 열고 상품 판매에 나섰다. 해당 사이트는 개설 1시간 만에 2000건 넘게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응원 도구인 짝짝이, 키즈클럽, 누리 야구공 순이었다. 구매 고객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집단은 20~30대 여성이었다.
롯데자이언츠가 온라인 브랜드 관을 이커머스 플랫폼에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력은 그룹사 온오프라인 계열사 간 게이트웨이(관문) 강화 차원에서 추진됐다.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기존 메인 유저는 40~50대 여성이었으나, 롯데온 입점으로 20~30대 여성 신규 고객이 증가했다”면서 “팬들 사이에서 재입고 알림, 카카오플러스 친구 배송 알림 시스템 등 온라인 구매 경험 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SSG랜더스 야구단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다음 달 4일부터 ‘랜더스데이’를 연다. 이마트(139480), 트레이더스, 신세계백화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계열사와 SSG닷컴, G마켓, W컨셉 등 온라인 계열사가 참여하는 할인 행사다. 작년 4월 랜더스데이는 7일간 1조1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행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계열사별로 별도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마트는 21일부터 일주일간 야구 직관(직접 관람) 시 즐기기 좋은 델리(즉석식품)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과 옥션도 ‘프로야구 직관의 모든 것’ 기획전을 진행했다. 직관 팬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했다. SSG랜더스는 올해 요기요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천SSG랜더스필드 내 식음료(F&B) 매장의 ‘스마트 오더’ 포장 서비스를 확대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관 무신사 플레이어는 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 삼성라이온즈, SSG랜더스, 한화이글스 등의 브랜드 페이지를 구축하고 유니폼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 8월 휠라와 두산베어스가 30주년을 맞아 드롭(drop·소량 한정 생산 제품을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선보인 한정판 유니폼 패키지는 출시 1분 만에 매진됐다. 최근 SSG랜더스와 무신사가 협업해 출시한 ’24 데님 저지’는 ‘청니폼’이란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야구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이라는 상징성으로 구단들이 자사의 유니폼 판매처로 무신사를 택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SPC삼립(005610)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업해 ‘크보빵’을 내놨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의 마스코트와 대표 선수, 국가대표 선수 등이 들어간 띠부씰(탈부착 스티커) 총 215종이 들어가 있다. 웅진식품은 KBO와 손잡고 각 구단 마스코트로 디자인된 하늘보리 패키지를 내놨다.
롯데그룹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6월 출시해 인기를 끈 KBO 프로야구 컬렉션 카드를 올해도 판매할 예정이다. 해당 상품은 당시 판매 사흘 만에 100만 팩이 완판된 바 있다. 편의점 GS리테일은 대전에 한화이글스 테마 특화 매장을, 잠실 야구장 인근에 LG트윈스 특화 매장을 운영한다. 영화 관객 감소로 부진을 겪는 멀티 플렉스 CGV는 올해 KBO 리그 주요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한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관중은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이어진 시범 경기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여성을 비롯한 젊은 층의 관심이 폭증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야구장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28%가량 증가했다. 여성 관람객은 142% 증가했고, 20대 여성 야구장 방문자는 160% 늘었다.
유통가는 야구팬들이 경기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충성고객으로 소비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이달 문을 연 롯데자이언츠 공식 브랜드 관의 전체 구매자 중 2030 여성 비중은 55%로 절반이 넘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콘텐츠 소비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Z세대(2000년대 이후 출생자) 스포츠 팬 77%는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소셜미디어(SNS), 검색, 베팅, 쇼핑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내용 자체만 즐기지 않고 더 확장된 차원의 콘텐츠를 즐긴다는 의미다. 따라서 유통업계는 스포츠를 매개로 팬들이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유형의 콘텐츠를 연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팬덤이 커지면서 구단과 유통사 간 협력도 단순한 이미지 사용을 넘어 체계적인 전략을 갖추는 추세”라며 “젊은 관객 증가를 염두에 두고 야구단에서 먼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브랜드에 손을 뻗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