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화성국제테마파크가 탄핵 안개 정국 속에서 순항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선 인허가가 연기될 경우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현재 경기도에서 관광단지 지정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당초 화성국제테마파크 관광단지 지정 승인을 연내 완료 받은 후 내년 말 경기도에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승인받아 2029년 개장하는 걸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 탄핵 정국 속에서 연내 인허가가 불투명해졌다.
‘스타베이 시티’라고 명명된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자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동측지구 서쪽 간척지에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스타필드 등의 시설이 집약된 복합 리조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프라퍼티가 사업을 진두지휘 중이다.
문제는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조달도 관광단지 인허가 여부와 밀접하게 엮여있다는 점이다. 신세계 측이 2026년 착공해 2029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연간 조 단위에 가까운 투자가 온전히 단일 프로젝트에 투입돼야 한다. 신세계 측은 당초 사업비가 4조6000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화성시에서 밝힌 주민 청취용 자료 등에 따르면 사업비가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재무 상황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업계에선 신세계가 인근 주거단지 조성 등 공동주택 사업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봤다. 테마파크 인근에 아파트 3000세대와 테마파크 빌리지 116세대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올스탑’된 상황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자금 조달 문제로 이미 실패를 세 번이나 겪었다. 부지 소유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2007년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USKR) 컨소시엄과 손잡고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추진했으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엎어졌다.
2010년엔 롯데그룹이 뛰어들었지만, 땅값 협상 등에서 문제가 생겨 2012년 무산됐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선정됐고 롯데그룹과 대우건설, 중국 자본 등이 참여해 재추진했다. 하지만 부지 가격협상 및 조달을 둘러싼 갈등 문제로 없었던 일이 됐다. 이후 신세계가 2019년 사업자 공모에 단독 입찰해 선정됐고, 2021년 8700억원을 들여 화성시 토지·건물을 매입했다.
일각에선 테마파크 협업을 결정한 미국의 파라마운트 측에서 계약 등을 재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라마운트 측에선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계약도 투자 계약으로 볼 수 있어 탄핵 정국과 불안한 한국 상황에 사업 결정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는 그동안 두바이, 영국 런던, 스페인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었으나, 재정이나 주민 반대 등 이유로 전부 무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신세계 측의 어려움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파라마운트의 경우 IP 라이선스만 가져오는 계약이라 투자금 조달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인허가 등 절차는 모두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