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호주 멜버른공항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데 이어, 호텔신라(008770)가 스페인공항공사(AENA) 면세점 입찰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관광 시장 활성화에 대비하고, 기존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매출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해외 영토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공항 운영사인 ANEA는 최근 자사 네트워크의 27개 공항의 86개 면세점의 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입찰에는 듀프리, 하이네만, 라가데르,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호텔신라, 인도 GMR공항그룹 등 10개 업체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업체가 스페인 공항 면세 사업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찰로 나온 면세점의 매장 면적은 총 약 6만6000㎡, 축구장 7개에 달한다. AENA는 해당 면세점에서 창출할 매출이 약 180억 유로(약 24조257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종 입찰 결과는 이사회 비준을 거쳐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AENA로 부터 면세점 입점 관련 안내를 받았으나, 아직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라면세점이 향수·화장품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점유하는 만큼, 입점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공항은 국내 공항과 면세점 입찰 방식이 달라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라며 “회사는 당장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라면세점은 세계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대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홍콩 첵랍콕공항점, 마카오공항점 등 아시아 공항을 중심으로 해외에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8년 업계 최초로 해외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호주 멜버른 공항면세 사업권을 취득했다.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 등을 취급하며, 오는 6월부터 2033년까지 향후 10년간 운영한다. 연간 예상 매출은 약 3000억원이다.
롯데는 또 올 상반기 중 임시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을 정식 개장하고,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을 열 예정이다. 계획이 실현되면 해외에서 총 15개 점포를 운영하게 된다.
특히 베트남에서만 4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연 다낭공항점의 경우 개장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이 면세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까지 누적 매출 2400억원을 기록하며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을 견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베트남 면세시장 점유율 6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면세점들이 해외 점포를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이궁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에만 국내 면세점들이 송객 수수료로 다이궁에게 지불한 비용이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속도가 더딘데다, 최근 중국이 면세 사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바탕됐다.
실제 중국 외 해외 점포 13개를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3분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는데 엔데믹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해외 실적이 회복한 것이 주효했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 매출은 2018년 73%, 2019년 142%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에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339% 성장하며 2019년과 비교해 매출 60% 수준을 회복했다.
이와 관련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 12일 롯데그룹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해외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항면세점의 경우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유로 더 선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시내면세점보다 공항면세점이 더 활성화됐다.
상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점포를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장이 많을수록 원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