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단순히 부(富)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가상 세계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고, 산업을 활성화하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메타버스 산업이 가져올 기회 요인으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1월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가 3년마다 메타버스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등 세계적인 빅 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하기 위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메타버스 산업을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현실에서 일자리 만드는 데 한계를 갖는 젊은이들을 위해 가상 세계 산업을 활성화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금오공대 교수 시절 창업보육센터 소장을 지낸 후 한국창업보육협회장을 거쳐 2008년부터 창업진흥원 초대 및 2대 이사장을 역임하며 국내 벤처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스크린 골프 기업 골프존도 당시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해 코스닥에 상장한 사례다.
김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디지털 그림이 수천만, 수억원씩 거래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에 가치를 매기고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라며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에 대해 보다 큰 틀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지만, 현재 우리의 법과 제도는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에 도움 되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 산업을 국가가 통제하고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던 시기에 만들어진 법 제도 하에 창의성에 기반한 메타버스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순 없다. 이에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진흥방안과 규제 체계를 정의하는 법률을 발의하게 됐다.”
법안의 주 내용은?
“메타버스 산업의 진흥과 메타버스 이용 문화의 확립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메타버스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그 경쟁력을 강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메타버스 산업의 진흥 및 메타버스 이용 활성화를 위해 3년마다 메타버스 진흥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정부와 민간이 함께 메타버스 산업 정책을 논의하는 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인력 양성 등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산업의 초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칸막이식 규제 체계보다는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를 정할 수 있도록 자율 규제 단체를 지정하도록 했다. 올해 1월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에 회부되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이 국가 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메타버스 시장을 2030년 1조5000억달러, 한화로 약 1800조원에 육박하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게임과 소셜미디어(SNS)가 메타버스의 발전을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는 교육, 쇼핑 등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영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특히 일자리 창출 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메타버스를 통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상 세계에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면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것이 진흥법안을 발의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다.”
메타버스는 높은 잠재력만큼 부작용도 예상된다. 개인정보와 지식재산권, 가상자산의 탈취를 비롯해 아바타를 활용한 성범죄 등이 이미 등장했다. 일각에선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메타버스에는 국경이 없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법제만 적용하는 것 보다는 각 사업자가 다양한 국가의 이용자 보호를 위해 협의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가장 앞서있는 기업인 메타의 경우, 글로벌 규제 논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부적절한 이용자에 대한 페널티, 아바타 간 거리두기 설정 등 다양한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을 실험 중이다.”
진흥법안은 ‘자율 규제’를 촉진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자율 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
“자율 규제에 참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어떻게 차등을 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자율 규제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어떤 불이익을 줄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 이는 자율규제가 제대로 동작하도록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다만, 업계의 자율 규제 노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부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규제 방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메타버스가 ‘소도(蘇塗)’가 되어서는 안 된다. 메타버스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 명확하게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면 규제 갈등이 뒤따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국내 법제는 대부분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 자율성과 창의성에 기반을 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타다 금지법은 심야 택시 대란을 초래했다.
영미권의 경우 국가의 규제 체계가 대부분 네거티브 방식이라 메타버스와 관련해 새로운 진흥법안을 만들기보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등 요소기술 활성화와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신산업은 창의성의 결과이자, 미래를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창의성이 존중받는 이유는 인간의 욕구이자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본성을 잘 발현하게 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그러므로 정부는 신기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이 사회의 질서에 위배될 때는 적절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신기술을 바라보는 기본 원칙이다.
대학 총장을 지낸 만큼 미래 인재 육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메타버스 산업 인재 육성 방안을 제시한다면.
“메타버스 산업은 하나의 기술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ICT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메타버스 생태계 하에서 창의성에 기반한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창의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 기업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가 과도한 규제 도입을 검토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건강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다. 국회와 정부도 메타버스 산업은 규제보다는 진흥을 위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런 관점이 변하지 않도록 기업에서도 노력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