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027410)가 5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신선식품 상거래 업체 헬로네이처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홍정국 BGF 대표가 주도한 신사업 헬로네이처의 매각이 어려워지자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GF는 지난 14일 헬로네이처를 온라인 마케팅 사업을 하는 자회사인 BGF네트웍스의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B2B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BGF네트웍스는 이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BGF와 11번가(현 SK스퀘어(402340))가 각각 50.1%, 49.9%씩 나눠 갖고 있던 헬로네이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또 기존 B2C 사업을 B2B 모델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은현

◇국내 두 번째로 새벽배송 시작했으나, 새벽배송 포기

헬로네이처는 2012년 농수산물 직거래 쇼핑몰 스타트업으로 출범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농수산물을 수확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2015년에는 마켓컬리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헬로네이처는 2016년 12월 11번가를 운영하던 SK플래닛에 매각됐다. 이어 2018 BGF가 11번가로부터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BGF는 “헬로네이처를 5년 내 신선식품 1위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 헬로네이처의 규모는 2018년 16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56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손실액은 마이너스(-) 81억원에서 -272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측은 인수 당시 11번가와 맺었던 ‘400억원 출자 의무’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수행하는 등 투자에 집중했다. 하지만 적자 경영이 지속되자 새벽배송을 기반으로 한 B2C 사업을 접기로 했다.

그래픽=손민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앞서 BGF는 지난해 KB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헬로네이처의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한 유통업체 대표는 “KB증권으로부터 1400억원에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사업 선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BGF가 헬로네이처 인수 및 유상증자에 투자한 금액이 500억원이 넘는 만큼 매각을 통해 최소 이 금액은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이보다 낮았다는 분석이다.

◇홍정국 대표가 주도… 적자 못 버티고 자회사로

BGF는 헬로네이처의 지위를 손자회사로 변경하면서 지분 50.1%의 지분가액을 약 80억원으로 책정했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약 160억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새벽배송 업체인 컬리가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를 통해 기업가치 4조원을, 오아시스마켓이 최근 투자금을 유치하며 1조2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새벽배송은 냉장·냉동 시스템을 보유한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을 갖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이뤄야 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에 컬리, 오아시스는 수 천억원대의 공격적인 투자로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헬로네이처는 소극적인 투자로 점유율을 키우지 못했다.

BGF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플랫폼 간 경쟁이 과도하고 물류·판촉 등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 생존이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했다”라며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해 B2B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 /BGF

BGF는 BGF리테일(282330)이 2017년 11월 투자회사(BGF)와 사업회사(BGF리테일)를 인적 분할하면서 그룹 지주사로 출범했다.

홍석조 BGF 회장이 지분 53.34%, 홍 회장의 장남 홍정국 대표이사 사장이 10.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지분 30.0%)을 비롯해 △BGF네트웍스(100%) △BGF에코바이오(83.3%) △헬로네이처(50.1%) △코프라(44.3%) 등을 자회사 및 투자회사로 두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홍정국 대표가 주도한 대표적인 신사업이었다. 2013년 BGF그룹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해 CU의 해외 진출 및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해 온 홍 대표는 헬로네이처 지분을 확보한 이듬해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BGF 대표로 선임됐다. 부인은 LS(006260)그룹의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자회사 E1(017940) 구자용 회장의 장녀 구희나 씨다.

하지만 헬로네이처의 적자 경영 누적으로 BGF의 실적도 악화하자 사업을 자회사로 떠넘겼다. BGF네트웍스 실적이 BGF에 100% 연결되는 만큼, 단순히 사업부만 이관하는 게 아니라 B2B로 사업 모델을 전환해 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BGF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 재편에 따라 BGF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 요인이 해소됐다고 봤다.

그는 “BGF는 주요 종속회사 및 자회사 실적 개선에도 헬로네이처 부담으로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1분기까지는 회계적 손실 반영에 따라 실적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사업 중단에 따른 적자 폭 감소 등으로 기초체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