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담배 회사들이 새해부터 공격적인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촉에 나섰다. 새해 다짐에 꼭 금연이 포함되는 터라 연초(年初)는 담배 회사의 마케팅 비성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전자담배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전자담배 기기는 전자제품으로 분류돼 정부의 담배판촉 금지 규제도 받지 않는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촉 광고물이 붙어 있다. / 배동주 기자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1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기준 점유율은 12% 수준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기기에 꽂아 가열하는 방식이다. 불을 붙이지 않아도 돼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7년 처음 출시된 이후 시장 점유율 10% 전후에 머물러 왔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는 곳은 KT&G(033780)다. KT&G는 담배 소매점에 영업사원 연락처를 걸고 기기 무상 대여 상담을 진행중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의 점유율은 42%(작년말 기준)로,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45%)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KT&G는 연말까지 정가 11만원의 '릴 하이브리드 2.0′과 '릴 솔리드 2.0′을 20% 할인 판매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교체하면 33% 가량 할인해 준다.

BAT로스만스도 판촉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글로 프로 슬림'을 최대 2주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지난 3일부터는 전국 편의점 판매를 개시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하면 2000원 할인된 가격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KT&G가 이달 1일부터 기존 사용 기기 반납 시 새 기기를 할인하는 보상 판매를 시작했다. / KT&G 제공

이들이 기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전용 담배 스틱 판매도 늘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쓰이는 전용 스틱은 불을 붙이지 않아도 담배 향을 낼 수 있는 고급 담뱃잎을 사용해야 하고, 가열에도 변화가 없는 특수 소재를 써야 해 제조원가가 높다.

그러나 일반 담배보다 세금이 낮아 수익성은 더 좋다. 일반 담배는 3300원, 궐련형 전자담배(전용 스틱)에는 298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두 담배의 판매가격(4500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선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가 유리하다. 세금 320원을 남길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판촉행위가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서 담배에 관한 체험 등 판촉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는 담배사업법에서 정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판촉이 가능하다.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7월 전자담배 기기의 판촉행위 금지가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나, 1년반 넘게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이 탓에 정부의 금연정책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일반담배 판매량은 15억4000만갑으로 전년보다 1%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1000만갑으로 16% 이상 늘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정부의 금연정책이 흡연자가 아닌 담배 전체 제품을 중심으로 나아가야 담배 회사의 마케팅에 따른 흡연 조장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