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 이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전직 아이돌 이두나(수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드라마 ‘이두나!’가 지난 20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국내 톱10 시리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7위,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TV-OTT 통합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에 각각 등극하며 초반 흥행 분위기다.
‘이두나!’의 매력은 판타지(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다. ’드림스윗’이라는 아이돌그룹 출신의 두나가 대학가 셰어하우스 1층을 통째로 쓰고 다른 여자(김진주 역)를 짝사랑하던 모범생 원준에게 플러팅(추파 던지기)을 쏟아내는 것도 그렇다. 비현실적인 외모로 캠퍼스를 거닐고 마침내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하는 장면은 꿈 같기도 하다.
아이돌 출신인 수지는 ‘두나 그 자체’라고 할 만큼 무대 위 센터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소주병으로 머리통을 깨버리겠다’는 거친 말을 내뱉는 수지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현대판으로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두나의 매력만으로 9부작을 끌고 가기엔 서사가 심심하다. ‘아이돌과의 로맨스’라는 요소를 빼고 보면 두나·원준의 연애, 데이트는 너무 현실적이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이해 못 할 악인도 없다. ‘사랑의 불시착’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이정효 감독은 동명의 웹툰인 원작의 서사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 감정을 따라 조명 분위기나 앵글 변화를 주려고 했다고 한다.
두나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을 보는 재미는 있다. 외롭게 자란 중학생 두나를 길거리 캐스팅해 지금의 자리로 끌어온 P역의 이진욱, 아픈 가정사의 주범이자 극강의 뻔뻔함을 보여주는 두나 엄마역 김신영, 드림스윗의 멤버로 경쟁자인 것 같았지만 ‘널 부러워했던 것’이라며 두나에게 손을 내민 고아성의 변신도 볼 만하다.
과하게 쾌활한 원준의 친구 이라(박세완)의 등장은 끓는 기름에 물 한 방울을 넣은 듯 극의 몰입감을 깼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매력을 발산했다. ‘마스크걸’ ‘악마들’ ‘발레리나’ 등 자극적 소재가 판치는 넷플릭스에서 조미료 없는 킬링타임용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이두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