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에 시중은행에선 3%대 예금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면 연 4%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알아보자.
신종자본증권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하는 회사채로, 증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 원금이 자동으로 상각(손실처리)되거나 보통주로 강제 전환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부채로 처리돼 부채비율 관리에 유리하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은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연초부터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투자수요가 줄고 반대로 저금리 시기에는 수요가 늘어난다.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이 발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로 간주되며, 특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발행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자본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있을 때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더 커진다. 최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00~3.05%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금융지주들이 내놓은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연 4% 금리 수준에서 발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애초 하나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를 2700억원으로 계획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699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금리인하가 시작되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가 줄자 신종자본증권이 고금리를 꾸준히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발행금리는 3.90%로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게 결정됐다.
신한금융지주도 올해 3%대 금리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3.90%의 금리에 발행했다. KB금융지주도 지난 1월 40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발행금리는 4.00%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신종자본증권 270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시장상황을 고려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일을 결정하기로 했다.
모든 신종자본증권에는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이 있다. 통상 발행 시점 5년 뒤 콜옵션 조건이 붙는데, 발행 후 5년 뒤면 회사들은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면 5년간 연 4% 내외의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회사가 부도나거나 파산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신종자본증권은 후후순위 채권인 만큼 발행기업이 파산하는 경우 일반 채권은 물론 후순위채보다 변제 순위가 밀린다.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원금 상환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 사항이다.
신종자본증권 투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손쉽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통상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나눠 받으면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를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