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반도체 계측은 첨단 융합과학의 정수"…국산화 바람도 솔솔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9.11.16 06:00

    한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D램은 미세공정 기술이 ‘마의 벽’으로 불려온 10나노급에 접어들어 들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렸다.

    과거 30나노, 20나노대 생산공정에 비해 공정 스텝수가 현저히 늘어난 데다 생산 과정에서 결함(Defect)을 발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생산속도가 느려지고 수율(생산 대비 양품 비율)을 확보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수율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메모리 기업의 생산성으로 직결된다.

    최근 MI(Measurement & Inspection)로 알려진 반도체 계측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반도체 생산의 8대 핵심 공정 중 하나로 꼽히는 계측은 생산 중인 반도체 소자의 물리적, 전기적 특성 목표가 제조 순서의 각 단계에서 제대로 충족되는지 확인하는 공정을 말한다. 생산될 제품의 성능을 저해하거나 최악의 경우 불량품이 될 상태를 미리 찾아내는 과정이다.

    KLA텐코의 반도체 계측 장비. /KLA텐코 제공
    반도체 계측은 과학, 시스템, 기계적 방법론을 포괄하는 '융합 과학의 정수'의 정수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반도체 계측 검사 시행 과정에선 광학, 소재, 시뮬레이션, 이미지 프로세싱, 로봇 컨트롤, 통계학, 시스템공학 등 방대한 분야의 첨단 기술이 모두 총동원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회사들은 이 분야에 해마다 수천억 원대의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계측은 통상 알려진 기초, 응용과학이 총망라된 분야라고 보면 된다"며 "가령 광학 레이저로 웨이퍼의 결함을 찾아내는 분석 과정은 통상 10여 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비유하자면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인 150km를 10분에 초고속으로 주파하면서 도로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발견하는 일과 거의 동일한 난이도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SK하이닉스는 광학을 이용한 반도체 계측 및 검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가지는데 이같은 특성 때문에 빛의 회절(回折) 현상이 일어난다. 회절이란 빛이 나아가는 도중에 틈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빛의 일부분이 슬릿이나 장애물 뒤에까지 돌아 들어가는 현상으로 파동의 특징이다.

    반도체 계측은 빛의 회절 현상을 활용해 박막, 오버레이 및 웨이퍼 응력, 두께, 전도도, 성분 등의 계측을 수행한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을 제어하고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공정을 최적화해 반도체 제품을 완성한다.

    이 같은 반도체 계측은 그동안 해외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해왔다. KLA텐코와 같은 대형 공정제어장비 전문업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토종기업들이 계측 기술을 혁신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넥스틴, 오로스테크놀로지 등 토종기업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내부적으로도 계측 기술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백경목 수석연구원은 이달 11일 새로운 방식의 초정밀 계측방식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한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기밀로 감춰져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백 연구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통상 10나노급 D램 공정에서 36시간 걸리는 초정밀 계측을 18분으로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메모리 생산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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