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더 떨어지나…유전 신규 개발에 "내년 50달러 예상"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19.11.16 06:00

    석유 한 방울 안나던 가이아나 비롯 캐나다·노르웨이 대형유전 가동
    모건스탠리 "OPEC 감산 없으면 브렌트유 배럴당 45달러 예상"

    "국제 유가는 내년 상반기 극도로 초과 공급 상태일 것입니다." (밥 맥널리 래피던 에너지그룹 회장)

    국제 유가가 올해 4월을 기점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년에는 원유 과잉공급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중동 산유국 외 미국,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등이 원유 생산을 늘린 영향이다.

    현재 배럴당 62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는 국제 유가(이하 브렌트유 기준)가 5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외 정유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도 "유가가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탈(脫)석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DB
    ◇브라질·노르웨이·캐나다 증산에 내년 상반기 원유재고 급증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배럴당 평균 64달러에 거래된 국제 유가는 내년 60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EIA는 "내년 상반기 원유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제 유가도 하락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같은 초과 공급이 예상되는 이유는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가이아나 등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이들 4개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8000만배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미국의 ‘셰일오일 붐’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 산유국이 아닌 이들 4개국에서 갑자기 원유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는 수년 전에 시작한 원유 채굴·생산 프로젝트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개국의 원유 생산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의 해상 유전 중 하나인 요한 스베르드롭 / 에퀴노르 홈페이지
    노르웨이는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가 지난달부터 요한 스베르드롭 해상 유전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하면서 하루 생산량이 44만배럴 뛰었다. 브라질에서는 비리 등으로 수년간 미뤄졌던 원유 채굴 프로젝트가 최근 가동되면서 하루 생산량이 30만배럴 늘었다.

    원유 생산이 전무했던 남미 가이아나의 경우, 글로벌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이 4년 전 가이아나 앞 바다에서 경질유가 매장된 유정(油井)을 발견하면서 석유시장 ‘루키’로 급부상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하는데 내년 초부터 하루 12만 배럴, 2025년에는 매일 75만 배럴씩 생산할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가이아나 앞바다에서 확인된 인구 1인당 원유 매장량만 390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사우디(1인당 1900만배럴)의 2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미 텍사스주 등 주요 유전에서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송유관이 새로 지어지면서 미국의 원유 수출량도 크게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하루 1230만배럴로 원유 생산량을 2배 늘렸으나, 주요 유전인 퍼미안 분지 등에서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송유관 시설은 부족했다. 이번에 새 송유관을 가동하면서 현재 하루 300만배럴 수준인 미국의 하루 원유 수출량이 400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한 석유 회사가 셰일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 /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지위 흔들리는 OPEC…감산 압박

    미국을 포함한 신흥 산유국의 등장에 석유시장 질서에도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에너지 패권을 쥐고 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는 추가 감산 압력을 받으면서 영향력이 약해지는 추세다.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감시를 받는 이란이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였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감산에 합의했는데도 세계 석유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OPEC 회원국이 추가 감산을 결정하지 않으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도 추가 감산 없이는 국제유가가 50달러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OPEC 회원국은 내달 차기 회의에서 내년 3월까지의 생산량을 결정한다. 그러나 추가 감산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유가 하락 압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만 석유장관은 지난 12일 "당분간 현재의 감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연말로 상장을 서두른 이유도 이런 (초과 공급)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은 아람코 같은 석유기업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올해 3분기 국제유가 하락에 재고평가손실을 내며 실적이 부진했다. 업계는 내년 유가 하락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을 늘리고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해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반적인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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