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디스플레이 포기 안 한다'…이재용, 대형 OLED에 13조1000억 투자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9.10.10 11:51 | 수정 2019.10.10 13:54

    LCD 때부터 디스플레이 직접 챙겨온 이재용의 결단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LCD라인 전환해 2021년부터 대형 OLED 양산
    "2025년까지 생산량 늘릴 것"…신규라인 투자 등은 함구

    삼성디스플레이가 10일 앞으로 6년간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90%가량에 달하는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중국 BOE·LG디스플레이 등 후발업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1등으로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물량 공세로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으로 대형 OLED에 뛰어들어 이 시장을 100% 독점했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OLED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 LCD 때부터 소니와 합작법인인 S-LCD(삼성디스플레이 전신) 합작을 주도하고 직접 등기이사를 맡는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직접 챙겨온 것이 이번 투자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늦으면 대형 패널 시장에서 먹거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 "출발은 8.5세대서 2021년 3만장 양산"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갖고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아산1캠퍼스에 있는 LCD(액정표시장치라인) 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한 ‘Q1’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Q’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를 만드는 방식으로 채택한 자연색에 가까운 빛을 내는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QD) 기술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정부 측 주요 인사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3만장 규모로 8.5세대(기판크기 2500×2200㎜) Q1라인 가동을 시작해 65인치 이상 초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철거 중인 L8-1라인과 함께 L8-2라인을 단계별로 Q1라인으로 전환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8세대 라인의 장비·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8.5세대 OLED 라인 전환투자가 삼성으로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다만 이 라인에 최적화된 TV 사이즈는 55인치이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현재 인기가 좋은 OLED TV 사이즈가 65인치인 만큼 새로운 부지에 10.5세대(3370×2940㎜) 투자도 추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5인치 TV용 패널 기준으로 8.5세대에서는 기판 하나에서 패널 3장을 생산할 수 있지만 10.5세대에서는 8장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대형 OLED 시장에 뛰어든 LG디스플레이도 LCD라인을 전환한 8.5세대 OLED 라인 투자부터 시작해 현재 10.5세대 라인 ‘P10’을 짓고 있다. 이 라인은 2022년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 투자 타이밍이 지체된 만큼 퀀텀닷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기 위해 기존 LCD 인력을 대형 OLED 분야로 전환 배치하는 한편, 관련 재료연구·공정개발 전문 인력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본격화되면 신규 채용 이외에도 5년간 약 8만1000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中 디스플레이 굴기’ 의식해 향후 투자는 조용히 움직일 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발표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나온다. 13조1000억이라는 금액이 전환투자만으로는 쓰일 수 없는 규모라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몇 세대 라인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얼마를 투입하겠다는 식의 로드맵만 발표해도 중국 후발업체들이 빠르게 따라할 수 있다"며 "이번 발표가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상세화하는 데 그치고 ‘대형 OLED 한다’ 정도의 선언에 그친 건 이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10.5세대 라인 투자 등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조용히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초기부터 △공급망 안정화 △원천기술 내재화 △부품경쟁력 제고 △신기술 해외유출 방지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후방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련 장비업체들과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으며 정보가 새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에 화답해 7년간 4000억원의 정부 예산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흔들리지 않는 디스플레이 강국’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디스플레이 신기술 개발, 검증을 위해 테스트베드(성능시험장) 구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미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예산·정책을 재탕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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