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렁에 빠진 현대·기아차…5년 연속 판매목표 미달 가능성 커져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10.10 06:00

    현대·기아차가 올해도 연간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들어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하며 연초에 제시한 판매 목표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올초 현대·기아차의 판매 전망은 사뭇 밝은 편이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셀토스 등 신차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2014년 이후 5년만에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올해 국내에서 물량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포함한 신차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량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했다./현대차 제공
    국내 시장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량이 뒷걸음질한 것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판매량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남은 기간 현대자동차(005380)는 국내에서 제네시스 GV80과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 등 신차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에 대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이 많다.

    3분기까지 판매량, 목표치 70%에도 못 미쳐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들어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3.9% 감소한 323만1132대를 판매했다. 기아자동차(000270)는 같은 기간 1.5% 줄어든 204만1618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올해 총 76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71만2000대, 해외에서 396만8000대를 판매,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468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차는 국내 53만대, 해외 239만대 등 총 292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11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 목표와 실제 판매량/현대차그룹 제공
    그러나 올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합산 판매량은 527만2750대로 연간 판매 목표치의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치 760만대를 달성하려면 월 평균 63만3333대를 팔아야하지만, 9월까지 실제 판매량은 월 평균 58만5861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남은 3개월간 매달 77만5750대를 팔아야 한다"며 "지금보다 매달 판매량을 20만대 늘려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사실상 올해도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에서는 목표치에 근접한 판매실적을 냈다.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국내에서 전년동기대비 4.1% 증가한 54만7435대를 팔았다. 지금껏 기록한 판매량만 유지해도 국내 판매 목표는 채울 수 있다.

    문제는 해외 판매다. 올들어 9월까지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은 268만36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국내에 비해 판매 비중이 훨씬 큰 해외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전체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이다.

    ◇ 中 판매 부진 심화…무역분쟁 여파에 브랜드 위치도 애매해져

    원인은 중국에서 계속된 판매 부진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판매대수는 27만2212대로 전년동기대비 28.4%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16.2% 줄어든 14만4472대를 파는데 그쳤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5월 매달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30% 넘게 감소하는 등 최근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현지전략형 SUV 모델인 ix25를 소개하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현대차 제공
    당초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내 반한(反韓) 감정이 올해는 다소 진정돼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는 1012만7000대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위치가 애매해진 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독일차와 일본차에 비해 한 단계 낮은 브랜드 인식되는데다, 최근 중국 현지 업체들이 개선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입지를 넓히면서 현대·기아차의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 GV80, 그랜저 F/L 출격도 역부족…8년만에 가장 저조한 판매기록 낼 수도

    올해 남은 기간에도 현대차는 신차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오는 11월 첫번째 SUV 모델인 GV80을 출시한다. 지난 2016년말 출시된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모델도 11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GV80과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모두 국내·외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신차지만, 현대차의 올해 판매실적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다. 11월 출시 후 남은 기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두 모델 모두 출시 초반 대부분의 물량이 국내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연간 합산 판매량은 지난 2015년 801만2995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00만대를 밑돌았다. 올들어 9월까지 기록한 판매량을 근거로 산출하면 올해 예상 판매량은 703만대 수준으로 2011년 659만7458대를 기록한 이후 8년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올해도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자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 기아차는 옌청 1공장의 가동을 각각 중단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진은 기아차 옌청 2공장 근로자들이 조업하는 모습/조선일보DB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판매가 계속 줄어들자 최근 다른 신흥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13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를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만회할 만한 시장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올들어 인도 역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5% 넘게 감소하는 등 최근 눈에 띄게 침체되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새로 선보일 신차가 아무리 좋은 반응을 얻어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부진이 계속될 경우 연간 800만대 판매기록을 다시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팰리세이드를 포함한 신차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점차 판매실적이 회복되는 추세"라며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신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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