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 들어와 해봐도…

조선일보
  • 최형석 기자
    입력 2019.10.10 03:07 | 수정 2019.10.10 14:49

    [제3 인터넷은행 오늘부터 신청… 선뜻 안나서는 회사들]
    토스, 금융 당국과 자본 놓고 씨름
    키움, 하나銀·SKT 불참에 난항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은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이 오늘(10일)부터 시작돼 15일 접수를 마감한다. 금융 당국은 최대 2곳의 컨소시엄에 신규 허가를 내준다는 입장이지만, 후보로 거론돼온 유력 회사들이 선뜻 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으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잠재 후보군으로는 3곳이 거론된다. 간편 송금 앱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키움증권,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이하 소소뱅크) 정도다. 이 중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곳은 소소뱅크 한 곳뿐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쯤 예비 인가 대상을 확정한다.

    들어와 들어와 해봐도…
    ◇어느 곳 하나 속 시원한 참여 의사 안 밝혀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지난달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최한 행사에서 인터넷 은행 진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금융 당국과 필요 자본의 성격을 놓고 부딪쳤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국제 은행 기준인 '바젤 규제'상 토스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토스는 벤처투자사(VC)들을 통해 자본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SC는 작년 대만에서 네이버 메신저 '라인' 등과 인터넷 은행 라인뱅크를 설립하며 지분 5%를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토스와 SC제일은행 모두 "아직 참여 결정도 못 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신규 인터넷은행 후보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민
    키움증권이 주도하는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의 불참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은 두 회사가 합작한 핀테크(IT와 접목한 금융) 전문기업 '핀크'(Finnq)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지난 7월 말 핀크의 5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갑자기 양팔을 잃게 된 키움증권의 구원투수로 신한금융이 거론된다. 그러나 신한금융 역시 내부적으로 인터넷 은행업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에도 토스와 함께 인터넷 은행 진출을 모색하다가 중도에 접은 바 있다.

    소소뱅크는 자금 동원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안정 수준(12%)을 맞추려면 2~3년 내 자기자본을 1조원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대형사들도 허덕이는 판국에 소상공인연합으로선 역부족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진출한 인터넷 은행들도 고전 중

    작년 비(非)금융 기업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게 한 '은산(銀産) 분리' 규제의 빗장이 18년 만에 풀렸지만 장애물은 여전하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들이 겹겹이 인터넷 은행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 1호 인터넷 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탓에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자 현재 일부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7월 이사회를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지분을 카카오에 넘겨 기술 회사 카카오를 최대 주주로 올린다는 결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에 발목을 잡혀 한국투자금융지주 내 지분 정리가 지연되면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 같은 대형 IT 기업들은 인터넷 은행 진출 대신에 자체 금융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결제·증권·보험 등으로 확장 가능한 생활금융 플랫폼인 '네이버파이낸셜'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은행 결제망을 핀테크 기업이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오픈뱅킹이 도입됨에 따라 IT 기업이 직접 은행을 운영할 유인도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은행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인터넷 은행들이 전체 은행권에서 자산 기준 5~10% 정도를 차지한다"며 "아직 1% 정도인 한국으로선 규모가 더 커질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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