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하락에 빛 못 보는 인텔 야심작 '옵테인'…메모리사업 매각설까지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9.10.10 06:00

    "비싼 D램 덜 써도 돼" 가격 경쟁력 내세웠던 옵테인
    D램 가격 폭락에 가격 메리트 없어져
    "옵테인 향방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분사 검토할 수도"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에서 뉴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옵테인’을 발표한 인텔이 내부적으로는 옵테인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옵테인이 D램의 데이터 처리 기능을 일부 대체하면서도 낸드플래시처럼 비휘발성이 특징이기 때문에 옵테인을 사면 비싼 D램을 덜 사도 된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런 가격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 메모리 강국 韓서 옵테인 신제품 발표하며 드라이브 걸지만…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주 무기인 서버 CPU(중앙처리장치)에 옵테인을 끼워파는 조건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내년 출시할 옵테인 2세대 제품을 공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텔코리아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들어 D램 가격(PC용 DDR4 8Gb 기준)은 8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수요가 일부 살아나고는 있지만, D램 공급업체들의 재고가 아직 초과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지난 4월 1세대 데이터센터용 옵테인 제품을 출시했고, 현재 200여개 기업에서 기술검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발표한 신제품은 내년 출시할 2세대 옵테인 제품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옵테인의 관건은 ‘가격’이고, 현재도 공정 기술력 한계로 가격이 대단히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D램 가격이 많이 올라오기 전까지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통한 수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옵테인은 인텔이 ‘뉴메모리 시대’를 선언하며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과 함께 극비리에 개발해 2015년 발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에 기반한 제품이다.

    인텔은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있는데, 현재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차세대 저장장치)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D램, SSD를 더 사서 넣으면 되지만 고성능의 경우 가격이 비싸다. D램·SSD 사이에 옵테인을 넣으면 이를 경제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인텔 주장이다.

    인텔이 이 기술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는 "우리도 이런 뉴메모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상이 떨어지고 실제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기술적으로도 옵테인을 추가로 넣는 것보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 CFO 출신 최고경영자의 고민 깊어질 듯

    밥 스완 인텔 CEO. /블룸버그
    인텔이 메모리 강국인 한국까지 와서 옵테인 2세대 제품을 최초로 공개하며 옵테인 판매를 늘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인텔이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하고 주력 사업인 CPU 등 비메모리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인텔의 CPU 개발력 저하는 회사의 사업 다각화로 인한 부작용이었다"며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이후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사업을 애플에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나지 않는 비주력 분야를 정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CPU 사업은 유명 설계 인력 수명을 영입하는 등 다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EO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만큼 옵테인 실적 향방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분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인텔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165억달러(약 20조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메모리사업부 매출액은 9억4000만달러(약 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인텔은 오는 24일(현지 시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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