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사 한달새 4곳 파산… 더 늘리는 한국

조선일보
  • 전수용 기자
    입력 2019.10.10 03:07

    [한국 저비용 항공사 3곳 늘려 9곳… 中·日보다 많고 美와 같아]
    유럽~미국 편도 항공권 8만원에 팔던 와우항공 문닫고 인도 최대 민간항공사도 파산
    한국 LCC들 운임 올리고 구조조정

    에이글 아주르·XL 에어웨이스(프랑스), 토머스 쿡(영국), 아드리아항공(슬로베니아)….

    유럽 항공사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9월 마지막 주에만 3개 항공사가 비행기 날개를 접었다. 에이글 아주르와 아드리아항공은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항공사다. 유럽 항공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겨울 시즌을 앞두고, 파산 행렬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의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최고경영자)는 "(4분기부터) 수많은 항공사의 파산을 보게 되고, 4~5개 대형 항공그룹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61년 첫 취항에 나선 슬로베니아의 국적 항공사 아드리아항공이 지난달 파산하는 등 올해 7개 유럽 항공사가 문을 닫았다.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과 인건비·항공유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유럽 항공사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1961년 첫 취항에 나선 슬로베니아의 국적 항공사 아드리아항공이 지난달 파산하는 등 올해 7개 유럽 항공사가 문을 닫았다. /아드리아 항공
    경기 악화, 한·일 갈등, 연료비·인건비 증가로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남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와 LCC를 합해 8곳인데, 앞으로 3곳이 더 늘어난다. 과당경쟁으로 외국 항공사 파산이 잇따르지만 우리나라는 항공사를 늘리는 역주행 중이다.

    ◇올해 유럽 항공사 7곳 문 닫아

    2017~2018년 2년 동안 파산한 유럽 항공사는 4곳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7곳이 파산했다. 유럽 항공사 파산은 '제 살 깎아 먹기'식 과당경쟁이 주요 원인이다. 유럽 항공사는 100개가 넘는다. 미국은 14개다. 유럽 대륙이 50여국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국가마다 국적 항공사가 있고, LCC까지 가세했다. 유럽연합(EU)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운항 횟수나 취항지를 제한하지 않고 항공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항공 자유화 프로그램을 시행해 유럽 항공사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었다. 같은 노선에서 여러 항공사가 경쟁하고, 인터넷·휴대전화 앱을 통한 항공권 가격 비교가 쉬워지면서 항공권 가격은 내려갔다. 승객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제값 받고 파는 항공권 비중은 점점 줄었다.

    카르슈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CEO는 "항공사가 이익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출범해 유럽 주요 도시를 오가던 아이슬란드의 와우(WOW)항공은 2014년까지만 해도 유럽 항공사 중 가장 정시에 운항하는 항공사 중 하나였다. 와우항공은 2014년 대서양을 넘어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 노선 운항에 나섰다. 한때 유럽~미국 노선 편도 항공권을 69.99달러(8만3000원)에 팔았다. 결국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인건비·항공유 등 외부 여건도 악화

    유가·인건비·환율 등 외부 요인도 유럽 항공사를 파산으로 몰고 있다. 항공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공유 가격은 올 들어 크게 올랐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 약세도 유럽 항공사를 어려움에 몰아넣었다. 항공연료와 항공기 리스(임대) 비용을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항공사 인건비도 꾸준히 올라 2017년 글로벌 항공사의 인건비 비중(22%)이 처음으로 연료비(21%)를 추월했다. 강화된 EU의 항공기 승객 보상 규정은 항공기 지연·취소 운항에 따른 항공사의 보상 부담을 늘렸다. 로이터는 "'마지막 지푸라기 한 가닥 때문에 낙타 등이 부러진다'는 격언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항공사에 사소한 비용 증가는 큰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9개 항공사가 문을 닫았다. 올해는 지난 4월 인도의 최대 민간 항공사인 제트에어 등 21개가 파산했다. 항공컨설팅회사 IBA는 "올해 가장 많은 항공사 파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포브스는 "파업·악천후·항공기 정비·연착·항공사 간 경쟁 등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항공사는 어느 한 가지 이슈에서 삐걱하는 순간 파산할 만큼 사업 환경이 취약해진 상태"라고 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복잡해지는 우리나라 하늘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8개 항공사가 운항 중인데 정부는 LCC 3개를 더 얹기로 했다. 인구 5170만명의 한국에서 LCC만 9곳으로 늘게 돼 인구 3억2900만명 미국의 LCC 숫자와 같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된 국내 고속버스 회사가 11개다. 국토 면적이 세계 2위인 캐나다는 LCC가 4개, 유럽의 관광 대국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LCC는 2개씩에 불과하다.

    해외 여행객 증가로 항공 수요는 꾸준히 늘지만, 항공기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6개 LCC가 보유한 항공기는 2013년 50대에서 지난해 145대로 늘었다. 공급 좌석 수는 같은 기간 212% 증가했다. 반면, 2013년부터 작년까지 항공기 여객은 55%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앞으로 항공여행 인구(Flying age·15~64세)는 감소할 전망이다. 진에어에어부산은 지난 7월 국내선 운임을 인상했고, 제주항공도 최근 요금을 올렸다. 이스타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면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LCC 한 임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으로 인건비 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항공사 경영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버티지 못하면 유럽처럼 파산하거나 다른 항공사에 합병되는 식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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