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 인상·1억 무이자 대출까지… 스타트업 인재 쟁탈전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9.10.08 03:10

    [대기업 뺨치는 파격적 조건 내걸어]

    단기간 폭발적 성장해온 스타트업,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 보장
    우수인재 추천자엔 1000만원 포상… 경력직 한정, 일자리 창출 도움안돼
    "조건만 보고 지원한 인재들 상당수 몇달 못버티고 그만두는 경우 많아"

    '연봉 30% 일괄 인상' '주택 구입, 전세 대출 1억원까지 이자 전액 회사 부담'.

    여성 관련 쇼핑몰 모음 서비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이 내년까지 새로 입사하는 경력직 직원에게 약속한 조건 중 일부다. 올 연말엔 임직원 전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연봉의 30% 수준인 성과급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 70명이 작년 매출 200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서정훈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편리한 여성 쇼핑 서비스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인재가 필수"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지금의 2배인 140여명을 뽑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업계에서 대기업 뺨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인재 확보 전쟁'이 한창이다. 막대한 투자를 유치해 돈다발을 손에 쥔 기업들, 그리고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내기 시작한 곳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직원으로 창업해 급성장한 스타트업들은 인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필요한 인재라면 앞뒤 잴 것 없이 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무이자 대출부터 사택 제공까지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은 지난달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털 등으로부터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개발자에겐 무조건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인재 채용 공고였다. 대기업 초임 연봉 평균(4086만원·잡코리아 발표 기준)을 1000만원 가까이 웃도는 금액이다. 이 회사 김용현 공동대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 사냥 나선 스타트업들 그래픽
    /그래픽=김성규

    지난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20억원의 투자를 받은 취미 공유 서비스 클래스101이 인재를 붙잡기 위해 내세운 카드는 '사택 제공'이다. 집과 직장이 먼 정규직 직원에게 회사 인근의 서울역 리가, 서울역 센트럴 자이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한다. 1인 1실 기준 월세는 회사가 낸다.

    핀테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는 개발자·디자이너 등 핵심 직군의 리더(관리자)급 이상 인재를 추천하는 사람에게는 사내외를 막론하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레이니스트도 지난 8월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카우트된 인재들에게는 소프트웨어·금융업계 최고 연봉을 보장하고, 점심·저녁도 무료 제공한다. 김태훈 대표는 "최고의 성과를 낼 최소 100명 이상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우아한형제들도 인재 확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곳이다. 간편송금·결제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직 채용 때 연봉을 평균 50% 올려주고, 주택 자금을 1억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준다. 우아한형제들은 개발자에겐 최저 연봉 5000만원, 1년짜리 전문 교육 코스 등을 보장해준다.

    ◇검증된 경력직만 혜택 보는 '그들만의 리그'

    기업 규모가 작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스타트업은 개개인의 능력이 회사의 성장을 좌우한다는 점을 가장 잘 안다. 반면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단계인 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업무 강도도 과중한 경우가 적잖다. 인재들 확보를 위해선 대기업 못지않은 좋은 조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전의식 없이 조건만 보고 왔다가 실패하는 사례들도 있다. 한 스타트업의 인사 담당자는 "복지 혜택만 보고 대기업보다 훨씬 여유 있겠다 싶어서 온 사람들도 꽤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몇 달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더라"고 했다.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결국 검증된 경력직들뿐이어서, 일자리 창출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당근마켓·클래스101 등 주요 스타트업의 구인 공고를 보면 대부분 자리가 경력직으로 한정돼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실력을 쌓은 인재들을 확보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구직자 사이에서는 "우리와는 딴 세상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빠른 성장을 위해 경력직 위주로 선발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신입 공채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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