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미국 쇼크… 세계경제 '그로기 상태' 가나

조선일보
  • 김은정 기자
    입력 2019.10.04 03:10 | 수정 2019.10.04 08:05

    제조업 지수 이어 일자리도 꺾여… 내년 美성장률 1%대 떨어질수도
    뉴욕 3대지수·일본 증시 급락, 각국은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
    "G2 분쟁에… 경기 하강 국면 과거 어떤 때보다 길어질 수도"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일자리 지표마저 뚜렷하게 둔화되면서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급감한 결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들은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미국만은 굳건하게 버티는 듯했다. 그러나 '믿었던 미국'에서마저 침체 조짐이 드러나면서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최대 소비국인 미국 경제가 쓰러진다면 다른 나라들의 경제는 지금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틀째 이어진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하락으로 1~2일 양일간 다우와 S&P·나스닥 등 뉴욕 3대 지수는 2.7~3.1% 하락했고, 3일 일본 닛케이지수도 2% 급락했다.

    ◇무역 분쟁, 미국에 부메랑

    2일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이 13만5000명 늘었다. 시장 전망치(12만5000명)보다는 많았지만, 8월(15만 7000명)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시장에서는 최근 3개월(7~9월)간 늘어난 민간고용이 월 평균 14만5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평균(21만4000명)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전날 내놓은 9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42.8)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미국 제조업 경기 지표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2일(현지 시각) 민간고용 지표마저 뚜렷한 둔화 징후를 보이면서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미국마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미국 제조업 경기 지표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2일(현지 시각) 민간고용 지표마저 뚜렷한 둔화 징후를 보이면서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미국마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에서 경기 둔화가 시작돼도 미국 경제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지표와 고용 지표가 연거푸 부진하게 나온 뒤로 이런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성장률이 내년 상반기엔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G그룹은 "미·중 무역 분쟁이 '승자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성장률이 1% 초반만 가도 심리적으로는 리세션(경기 침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얼어붙은 세계 교역

    미·중 무역 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1일 WTO(세계무역기구)는 올해 세계 무역이 작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2.6%)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이다.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무역 분쟁은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기업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간고용 부진 그래프

    교역이 줄어들고 기업 투자와 고용이 부진하면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달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2.9%, 3.0%로 전망했다. 이는 넉 달 전에 비해 0.3%포인트, 0.4%포인트씩 각각 낮아진 것이다.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과 한국은 교역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은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전기 대비 -0.1%)에 빠졌고, OECD는 올해 독일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5%로 낮췄다. 우리나라는 2%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경제전문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낮췄다. 한화증권 김일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경기가 2017년 9월 고점을 찍은 후 2년 내내 내리막을 걷고 있다”면서 “과거 어떤 기간보다 경기 하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원인은 역시 G2(미·중)의 무역분쟁”이라고 말했다.

    ◇각국 금리 인하 속도전

    이런 상황 속에 각국 중앙은행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방어에 나섰다. 세계 주요국 중 올 1분기 금리를 내린 곳은 인도뿐이었는데, 2분기 들어 7곳으로 늘더니 3분기에는 16개국에 달한다. 호주중앙은행(RBA)은 1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 들어 세 번째 인하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對)중국 교역비중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시장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내린 미국이 이달 말 또 내릴 확률을 75%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달 16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1.25%)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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