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기 경기수축 전망↑…체감경기 악화가 주 원인"
"소주성 전환 통해 정책 신뢰도 높여야 체감경기 개선" 전망
지난 2017년 9월이 경기정점이었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판정 이후 2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수축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2.0% 안팎으로 전망되고, 내년은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수축기는 30개월 이상 지속돼 종전 최장기 기록(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을 새로 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흐름 판정 기준인 경기동행지수가 1년 넘게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동행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경기하강이 장기화된 주된 원인으로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악화된 체감경기를 손꼽는다.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이 투자와 소비를 제약하고, 이로인해 실물경기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도 체감경기 악화 원인으로 손 꼽힌다.
◇기업·소비자 경제심리, 22개월 연속 하락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종합적인 경제인식을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순환변동치 기준)는 9월 전월대비 0.3P 하락한 90.3을 나타내며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산한 경제심리지수(ESI)는 경제주체들의 경제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면, 경기가 좋아지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체감경기가 장기간 악화되고 있는 게 경기하강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동행지수를 결정하는 7개 지표 중 광공업생산, 서비스업생산, 소매판매, 내수출하 등이 기업·소비자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이다. 이 중 서비스업생산, 소매판매, 내수출하 등은 향후 경기를 좋지 않게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부진할 수 밖에 없는 지표들이다.
실제로 전반적인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선행지수(순환변동치 기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970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최장 기간인 10개월 동안 동반 감소했다. 특히 동행·선행지수 모두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기준치 100이하에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물경제활동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 1년 가량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활력 끌어내리는 경제심리 악화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ESI 하락이 시작된지 6개월 뒤부터 경기 동행·선행지수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비관적인 경기인식이 투자·소비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하강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 체감경기를 개선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 등 대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국내적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체감경기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면서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성장둔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유발하는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 대다수가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실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조사표본 700명)에 따르면, 참여자 58%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고, 60.9%는 "소득주도 성장이 경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고 답했다.
◇"체감경기 개선,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 전환해야 가능"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 개선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실물경기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전환 시그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이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기존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는 태도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비판받는 정책을 고집하기보다는, 정부가 투자촉진 등 실물 경제활동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규제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