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살리려 반년을 볶았다… 식탁 사로잡은 100억 짬뽕

입력 2019.09.26 03:07 | 수정 2019.09.26 07:51

[Close-up] 간편식 히트작 초마 짬뽕, 평택 공장 가보니

"사장님 같이 하시죠"
홍대 유명 맛집 초마짬뽕에 이마트, 7번 찾아가 설득 작업

한국서 가장 많은 짬뽕 만드는 곳
하루에 2만인분 가량 만들어내… 레미콘같은 대형 프라이팬 제작
6개월 시행착오… 원조 맛 살려내8초에 짬뽕 한팩이 뚝딱

야쿠르트도 유명 셰프와 손잡고 고추장 불고기등 간편식 내놔

1만8000인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본지 기자가 찾은 경기도 평택의 한 짬뽕 공장이 하루에 만들어낸 짬뽕 숫자다. 이마트의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 lacement) 상품 '피코크 초마짬뽕'을 만들어내는 '고것참식품'이다. 이 공장 관계자는 "일반 식당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짬뽕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의 면적은 겨우 200평 남짓이지만 직원 40여명은 자동차 공장을 방불케 하는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생산에 필요한 양파만 1320여개, 당근은 1200여개, 애호박 1500여개, 돼지고기는 500㎏ 정도다. 재료들은 1차 손질된 상태로 공장에 도착한다. 도착하기 무섭게 '웍(Wok)'이라고 불리는 중화요리용 대형 프라이팬으로 볶는 작업이 이뤄진다. 초마짬뽕 생산을 위해 특수 제작된 웍으로 레미콘처럼 돌아가며 재료들을 볶아낸다. 웍이 정확히 265도로 달아올랐을 때 재료를 넣고 3분간 볶아내는 게 관건이다. 이 온도를 찾는 데 6개월이 걸렸다. 9000팩(1팩이 2인분)을 만들기 위해선 웍을 온종일 20번 이상 가동해야 한다. 국물은 사전 볶음 작업을 거친 고춧가루 등 9가지 원료를 넣고 50분간 가열해 만든다. 웍에서 나온 재료들이 바로 옆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진다. 준비된 각종 야채와 고기, 해산물을 직원들이 정량 배분하면, 국물 배분과 진공 포장 등 나머지는 기계의 몫이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한 팩의 짬뽕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8초. 초마짬뽕은 이같이 완성돼 전국 각지로 유통된다.

이마트가 지난 2015년 8월 출시한 ‘피코크 초마짬뽕’. 서울 3대 짬뽕 맛집으로 알려진 홍대 초마짬뽕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했다. 연간 22만팩씩 팔리는 이마트의 효자 상품으로 누적 매출이 13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가 지난 2015년 8월 출시한 ‘피코크 초마짬뽕’. 서울 3대 짬뽕 맛집으로 알려진 홍대 초마짬뽕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했다. 연간 22만팩씩 팔리는 이마트의 효자 상품으로 누적 매출이 130억원에 달한다. /쓱닷컴
'홍대 초마짬뽕' 인기 비결은 대형 웍

2015년 8월 출시된 초마짬뽕은 지난해 22만팩 팔렸다. 매출액은 35억원이다. 당초 전국 유명 맛집 레시피를 HMR 한 팩에 고스란히 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레시피 개발을 맡았던 이마트 MD는 손이 많이 가 1인 가구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지 않는 짬뽕의 특성에 주목했다. 여기에 경기 평택 영빈루의 3대손이 서울 홍대 앞에 세운 유명 맛집 초마짬뽕의 레시피를 녹여내면 '대박'이 날 것으로 기대했다. 안석호 고것참식품 본부장은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스모크 플레이버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 초마짬뽕 주방에서 사용하는 웍에서 나오는 '불 맛'을 그대로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고초려 끝 얻어낸 원조 맛집의 인정

초마 짬뽕 맛 비결의 일등 공신은 대형 웍이다. 이마트 측은 대형 웍을 커피 로스팅 기계 공장에 의뢰해 만들었다. 웍이 커피를 볶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가로, 세로 2m짜리 대형 웍이 탄생했다. 하지만 대형 웍 제작은 피코크 초마짬뽕 개발의 시작에 불과했다. 홍대 본점의 짬뽕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데는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 초마짬뽕 레시피 노출 우려 등으로 HMR 개발에 부정적이었던 왕 사장을 설득해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이마트와 고것참식품이 개발한 대형 ‘웍’. 265도 불에 야채와 돼지고기를 3분간 볶아내 원조 맛집의 불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마트와 고것참식품이 개발한 대형 ‘웍’. 265도 불에 야채와 돼지고기를 3분간 볶아내 원조 맛집의 불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왕 사장은 "본점의 불 맛과 똑같이 만들어오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웍은 최대 320도까지 올라간다. 적정 온도를 알지 못해 재료를 태워 먹기 일쑤였다. 괜찮게 볶았다고 생각했던 재료도 낙제점을 받았다. 왕 사장을 7번이나 찾아간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265도에서 3분간 볶아낸 재료였다. 이 '황금 레시피'를 찾아내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초마짬뽕의 인기에 힘입어 고것참식품은 하얀짬뽕 등 다른 HMR 제품도 생산하기 시작해 연간 매출을 45억원에서 100억원 가까이 끌어올렸다. 고것참식품의 안석호 본부장은 "직원들은 초마짬뽕을 '100억 짬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피코크 초마짬뽕 누적 매출은 현재 13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피코크의 전체 매출도 2013년 첫해 매출 340억원에서 지난해 2390억원을 기록했다. 홍대 초마짬뽕은 경기 하남 등에 분점을 냈다. 피코크 초마짬뽕 한 개로 3자가 모두 '윈윈(win-win)'한 것이다.

HMR에 사활 거는 식품·유통업계

국내 HMR 시장 규모 그래프

국내 HMR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2년 9500억원 수준이던 국내 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20%가량씩 성장하며 현재는 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요리를 위해 식재료를 따로 구매하던 소비 경향이 가정간편식 하나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HMR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죽·국·커리 등 집밥류에 한정됐던 간편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남성렬 셰프의 '대파고추장불고기', 정지선 셰프의 '누룽지마라두부키트' 등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HMR 제품을 선보였다. 대상은 혼술(혼자 술 마시기),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 트렌드에 맞춰 개발한 '안주야'를 선보여 안주 HMR 시장을 선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HMR은 과거 인스턴트 식품의 개념을 넘어 식품산업의 대세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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