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친정부 인사 "코링크PE는 '조국 펀드'아니라 '익성 펀드'"
조범동씨, 익성 우회상장 시도 실패…익성 "사기당했다" 주장
현대차 협력사인 비상장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이 코링크PE의 설립과 펀드 출자 등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친(親)정부 인사는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조국 일가족이 아니라 익성"이라고 주장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익성이 자금을 댄 것은 맞지만 (익성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조카인 조범동씨 측으로부터)사기당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익성 이창권 부회장이 서울 강남 코링크PE 사무실을 찾아 "사기 당했다"고 분노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링크PE와 익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5일 "익성이 우회상장을 위해 코링크PE 설립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조범동씨는 최소한 2017년 말 즈음부터는 우회상장보다는 개인 또는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수익을 제일 먼저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범동씨가 우회상장 등 익성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2018년 초부터 양측 사이는 벌어졌다"고도 했다.
◇처음엔 익성 우회상장 노렸지만…"조범동, 정권교체 뒤 독자노선"
코링크PE는 2016년 2월 설립됐다. 코링크PE는 정경심 교수의 돈이 조범동씨를 통해 설립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링크PE는 이후 레드코어밸류업1호 펀드를 만들었고, 여기에 익성이 40억원을 출자했다. 40억원 중 24억9999만원은 그해 8월 코스닥상장사 아큐픽스(현 포스링크)에 투자했고, 나머지 15억원은 2017년 1월 익성에 투자됐다. 익성의 공동 창업자 남모씨 지분을 사준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과 관련자 등에 따르면, 당시 익성이 아큐픽스에 투자한 이유는 우회상장이 목적이었다. 익성은 2014년 이후 상장을 추진했고, 2015년엔 하나금융투자와 IPO 주관사 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당시는 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았고, 협력사에 불과한 익성은 좋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좋게 받을 수 없었다.
관련자들은 익성에 2차전지 음극재나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붙이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봤다. 우회상장을 하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해 계획을 바꾼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당시 익성 실적이라면 상장 자체는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밸류에이션 때문에 직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익성은 지난해 매출액 777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아큐픽스를 통한 우회상장은 실패했다. 당시 아큐픽스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해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큐픽스는 투자를 받은 직후인 10월에 6대 1 감자를 했고, 11월에는 파산신청까지 들어왔다. 당시 아큐픽스는 코링크PE 외에도 코스닥 전주(錢主)로 유명한 이모씨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레드코어펀드의 지분율이 희석됐다.
레드코어펀드가 아큐픽스 지분을 매각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으나 2017년에 아큐픽스가 가상화폐 거래소 지분을 취득하고 코인링크라는 이름의 가상화폐 발행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팔았다면 손실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17년 10월, 코링크PE는 또 다른 펀드인 배터리펀드를 만들어 더블유에프엠을 인수했다. 더블유에프엠을 인수한 배터리펀드는 80억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최소 53억원(최대 80억원)을 기존 사주인 우국환 신성석유 회장이 넣었다. 익성의 레드코어펀드 때처럼 투자처가 자금을 공급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더블유에프엠 인수 초만 해도 익성은 더블유에프엠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그림을 여전히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범동씨는 익성의 2차전지 사업을 재료로 더블유에프엠 주가 띄우기를 시도했다.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 이후인 2017년 중반 즈음부터 조범동씨는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면서 "최소 2018년 초부터는 조씨와 익성 사이가 심하게 벌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익성 이창권 부회장과 조범동씨가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것을 2018년 들어 몇 차례 목격했다"면서 "당시 이창권 부회장은 '익성이 돈도 대주고 재료(2차전지 사업)까지 다 대주는데, 익성은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조씨한테 항의했다"고 했다.
◇정경심 교수, 코링크에 자금 대고 더블유에프엠 주식 취득
관계자들 증언을 취합하면, 조범동씨는 2017년 중반 이후부터는 ‘익성의 우회상장’이라는 애초 목적보다는 일가족 이익의 극대화를 꾀했다.
조국 일가족은 더블유에프엠의 배터리펀드보다 조금 앞서(2017년 7월) 설립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14억원을 투자했지만, 이뿐 아니라 더블유에프엠에도 투자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정경심 교수의 동생 정모씨 자택 압수수색 때 더블유에프엠 실물주식 12만주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조범동씨가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형수님(정경심 교수)도 샀다'고 발언했다"면서 "조범동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주식은 실물로 인출돼 정 교수 측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조국 오촌조카, WFM 인수 때 '조국 부인도 주식 샀다'고 했다"<2019.09.04>
정 교수는 2018년 1월 말 조범동씨 아내 명의인 이모씨 이름으로 주당 5000원에 12만주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더블유에프엠은 2차전지 음극재 사업 진출, 체코 테슬라배터리와 맺은 비밀계약(NDA) 등의 영향으로 3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고 7500원까지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는 펀드 출자 외에도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매수하고 코링크PE에도 대출 2억원을 포함해 총 12억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코링크PE의 실소유주를 정 교수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