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수축기에 최저임금 인상·부동산 규제…정부는 "경기하강, 대외여건 탓"

입력 2019.09.20 16:28 | 수정 2019.09.20 18:53

한은도 기준금리 두 번 인상…"경기 역행" 지적

통계청이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판정하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에 역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를 추진한 게 무리수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수축 국면인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도 ‘경기 역행적인 정책을 구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20일 국가통계위원회를 열어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제11 경기순환기의 정점을 2017년 9월로 확정했다. 2013년 3월부터 54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었던 국내 경기는 2017년 9월부터 최근까지 24개월동안 수축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11순환기를 마감하는 새로운 경기 저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전 경기수축 최장기간 기록(1996년 3월~1998년 8월·29개월간)이 이번 순환기에 경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정점 판정을 계기로 정부 경제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입했던 시점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2년간 29% 가량 인상하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것이 경기 하방위험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차 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한국은행이 이 시기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것도 경기역행적인 정책으로 지목된다.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글로벌 성장둔화가 본격화된 이후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낮춘 연 1.50%로 인하했고,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규제, 금리인상은 경기가 확장국면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구사할 수 있는 정책인데, 현 정부는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경제주체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했다"면서 "지난해 연말 이후 경기가 급격하게 꺾이게 된 것은 경기역행적인 정부 정책 영향 탓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2017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전환된 배경을 대외경제 영향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이 글로벌 경기를 위축시켰고, 그 영향으로 한국 경제도 하강국면으로 돌아섰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세계적으로도 주요 국가의 경제동향이 동조되는 경향이 강한데, 각국의 경기 정점이 2017년 말~2018년 초에 집중돼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정점이 한두달 차이나는 정도며, 그만큼 대외환경 악화가 (경기를 끌어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총괄 부처인 기재부의 인식도 비슷하다. 기재부는 통계청의 경기정점 발표 후인 이날 오후 늦게 김용범 1차관 주재로 민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경기정점 판정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성장둔화가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특히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경기에 역행했다는 지적에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기재부는 간담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기준순환일 설정은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사후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면서 "경기순환 정점과 저점을 사전에 예단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경기 국면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