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구원투수 '허민' 등판에 3500억원 베팅…게임업계 '기대' vs '글쎄'

조선비즈
  • 안별 기자
    입력 2019.09.11 15:31 | 수정 2019.09.11 15:35

    넥슨이 3500억원을 들여 누적매출 12조원에 달하는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하고 이 회사의 일정 지분을 확보했다. 넥슨 창업자이자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대표가 시도한 넥슨 매각이 무산된 후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하는 ‘구원투수’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에서 ‘기인’으로 꼽히는 허 대표가 넥슨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던전앤파이터 이후 딱히 흥행작을 내지 못한 허 대표의 구원투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김정주 NXC 대표. /조선DB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9일 3500억원을 들여 e커머스 ‘위메프’의 지주회사 원더홀딩스 지분 11.1%를 확보하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외부고문으로 영입했다. 허 대표는 넥슨 게임 개발에 관여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2005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 2008년 넥슨에 3852억원을 받고 매각한 1세대 게임 개발자다. 던전앤파이터의 지난해말까지 누적 매출은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김정주 NXC 대표와도 꾸준히 인연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는 "원더홀딩스 자회사들은 게임 및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허 대표의 높은 열정과 통찰력은 앞으로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PC게임 ‘던전앤파이터’. /넥슨 제공
    반면 허 대표 영입이 넥슨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 대표의 입맛에 맞는 전략을 위해서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 이정헌 대표는 최근 사내공지를 통해 내부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넥슨은 이미 올해 9개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접었다. 200여명에 달하는 개발부서 직원들이 전환배치를 겪었다. 올 초에는 회사의 매각 시도까지 있었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뉴시스
    이런 불안감에 지난해 결성된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가 지난 3일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게임업계 첫 집회를 열기도 했다. 불안감이 팽배해자 이정헌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사내공지를 통해 "회사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전제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지 않다는 신뢰를 회사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전환 과정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고민하고 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땀흘리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준 직원 여러분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허 대표 영입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5년 출시돼 14년이 된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넥슨이 허 대표 영입으로 뭐가 달라지겠냐는 관측이다. 허 대표의 원더홀딩스 계열사인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에이스톰에서 별다른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것도 기대를 반감시키는 위험요소다. 양사의 지주회사 위메프도 지난해 4294억원 매출에 39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는 ‘인생은 허민처럼’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는 게임 딱 하나만 대박을 터뜨리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다는 의미지만, 그만큼 대작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던전앤파이터 이후 흥행작이 없는 허 대표도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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