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과급은 작년 절반" 삼성전자 직원들마저 가슴 덜컹

입력 2019.09.11 03:13

- 대기업 실적 부진… 썰렁한 추석
LG디스플레이 감원설에 뒤숭숭… 르노삼성·쌍용차 잇단 희망퇴직
잘나가던 게임업체 넥슨도 인원 감축 문제로 어수선
- '보너스 잔치'는 없다
하이닉스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 저비용항공사 상여금 거의 없어

추석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4일, LG디스플레이의 파주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직원들은 심장이 '덜컹'했다.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한 언론에서 "LG디스플레이가 추석 직전에 생산직 5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오보(誤報)"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보이지만 3개월 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의 고위 관계자는 "추석 직전엔 인원 감축 계획은 없다는 의미에선 오보"라면서도 "연내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회사 상황"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한때 세계 LCD 시장 1·2위였지만, 최근엔 중국의 값싼 LCD 패널 공세에 밀리며 적자에 빠진 상태다. 앞으론 LCD를 팔아 흑자를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LG디스플레이 직원 추이 외
추석을 앞둔 대기업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은 힘들지만 대기업은 호황(好況)'이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자제품 제조업에서부터 자동차·항공·게임에 이르기까지 인원을 감축하거나 성과급·상여금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1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90곳)는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53.5%나 줄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때 중소기업은 힘들었지만 사실 대기업 직원들은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반겼다"며 "1년도 안 돼 실적 악화가 닥치니, 추석 분위기는커녕 한숨만 커진다"고 말했다.

호황 누리던 대기업도 인원 감축

국내 대표적인 부품 대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LCD 생산공장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이런 사실을 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5년 차 이상 생산·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생산 라인을 돌리고는 있지만, 실제 제품을 찍지는 않고 있다"며 "설비 특성상 잠깐이라도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찍을수록 적자라 생산라인을 공회전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주 전 '부산공장 직원 1800명 가운데 400명 정도를 희망퇴직 및 순환 휴직을 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들어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임원 8명을 면직 처리했다. 이 회사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팽배하다.

매년 조(兆) 단위의 돈을 긁어모은다던 대형 게임사도 인원 감축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노조는 지난주 '고용을 보장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넥슨은 최근 두 달 새 3개의 게임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여기에 소속된 직원수만 150명이 넘는다. 회사 측은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없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적자나 영업이익 축소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며 "불황의 그늘이 생각보다 깊다"고 했다.

삼성전자 올해 성과급 반토막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는 전(全) 직원에게 "올해 성과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내 공지를 띄웠다. 예컨대 반도체 부문은 작년에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받았지만, 올해는 23~30%라는 내용이다. 내년 1월에 성과급을 주는데 미리 감소 폭을 알린 것이다. 30대 초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렇게 왕창 줄이느냐" "더 줄이면 회사 옮기겠다"는 식의 반발이 적지 않다. 지난 4~5년간 매년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던 젊은 직원들로선 당연하게 '연봉'으로 생각하던 성과급이 올해는 1000만~1500만원이나 줄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작년에는 월급의 1700%를 성과급으로 주는 '돈잔치'를 했지만 올해는 크게 줄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서울·티웨이항공·제주항공과 같은 저비용 항공사(LCC)는 작년까지 주던 추석상여금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서울 측은 "상여금 대신에 찹쌀과 찰떡세트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며 "앞으로 전망도 어두워 추석 분위기를 낼 때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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