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부의 상징'이던 주유소… 서울서 점점 사라지는 까닭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19.09.11 06:00

    "주유소 장사 남는 것 없어"
    주유소 대신 건물 세우고 스타벅스 입점 문의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로변이나 사거리에 주유소 하나씩은 있었는데 요새는 잘 보이지 않네요."

    서울 시내에서 주유소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때 자영업자 사이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던 주유소 사업이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지가 좋은 강남·서초·마포구 일대 주유소가 있던 자리에는 상가나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등록된 국내 주유소는 약 1만1502개로, 지난해보다 240여곳 줄었습니다. 이틀에 하나꼴로 주유소가 사라지는 셈이죠. 전국 주유소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10년(1만3237개)과 비교하면 1700여곳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운전자들 모습. / 조선DB
    주유소는 지난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폐지된 뒤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과당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주유소 숫자는 8000개인데, 지금도 3500여개 초과된 셈입니다. 2011년에는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되면서 주유소간 가격 경쟁도 심화됐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주유소들은 2010년을 기점으로 줄줄이 폐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임대료 상승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늘어 대기업 직영점마저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해 주유소 경영실태조사를 한 결과, 주유소 한 곳당 영업이익은 38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시내 주유소는 대로변의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데다 부지도 넓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건물로 신축하는 사례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3구와 마포구 등 번화가는 알짜 주유소 부지에 카페나 사무실,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 건물을 세우는 게 남는 장사라 개인이나 기업이 주유소 부지를 사들여 건물을 올리는 추세입니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유소는 현재 498개로, 2010년과 비교해 128곳이 줄었습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부지가 990㎡(300평) 이상인 주유소인데 수익성이 좋지 않으면 건물주가 스타벅스 매장이나 드라이브스루 입점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스타벅스 간판을 달면 몸값을 높여 나중에 부지나 건물을 팔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주유소는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점, 세탁소 등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도심 주유소는 주차공간이 넓은 교외 주유소와 달리 공간이 협소해 회전율이 빨라야 돈을 버는데,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고객이 차를 세워두고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습니다.

    전기·수소차 시대를 맞아 관련 충전 서비스 도입에도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주유소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팀장은 "전기차 충전 시설의 경우 설치 비용은 높은 반면, 수익은 낮아 자금력이 있는 직영점 중심으로 도입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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