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TC, 내년 128단 3D 낸드 생산 추진...독자 양산기술 엑스태킹 공개 1년만에 새 버전 발표
한일 분쟁 등 영향 소재⋅장비 육성 박차...상하이, 반도체설계단지 이어 소재⋅장비단지 조성 추진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코리아’ 추격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3일 상하이에서 개막해 5일 폐막하는 제 2회 글로벌 IC기업가 대회 겸 제17회 중국 국제반도체 박람회(IC China 2019)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분쟁이 촉발한 불확실성 증대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서고 있는 국유기업 창장메모리(長江存儲⋅YMTC)는 독자적인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 기술을 적용한 64단 낸드플래시를 공개하고, 이미 양산에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연말께 양산할 것이라던 당초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전원이 꺼져도 자료가 그대로 남아 데이터의 저장과 삭제가 자유로운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저장 장치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에 널리 쓰인다.
메모리 시장에서 아직 중국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낸드플래시 예상 생산량 비중은 도시바(36.8%)와 삼성전자(32.5%)가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13.3%)와 마이크론(11.8%)이 10%대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YMTC는 하지만 3D 낸드플래시 생산 단계를 올해 64단에서 90단을 뛰어넘고 내년 128단으로 직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전문매체 지웨이왕 등 중국언론들은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양산에 들어가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내년에 생산을 추진 중인 단계라며 중국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 격차를 줄이게될 것으로 기대했다.
YMTC가 2018년 생산에 들어간 32단 낸드플래시는 2세대급으로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양산을 시작했다. YMTC는 3세대인 48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4세대급인 64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2019년말 이전에 양산에 나가겠다고 지난해부터 공언해왔다. 삼성전자는 64단을 2016년 12월 양산했고, 지난해 5월부터 5세대에 속하는 90단 이상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 중이다.
YMTC가 ‘축지법'식 추격을 하는 기술은 지난해 8월 공개한 엑스태킹 기술이다. 이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낸드플래시 양산기술로 메모리 밀도를 높이고 정보처리 속도를 현재의 3배 수준인 3Gbps급으로 향상시킨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YMTC는 엑스태킹 2.0을 이번 IC China 2019에 공개했다. 1년만에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청웨이화 YMTC 최고기술담당임원(CTO) 겸 부총재는 "엑스태킹 기술이 양산에 적용되면서 제품의 성능(메모리 밀도)을 높이고 개발 및 생산주기를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엑스태킹 기술을 기반으로 한 64단 3D낸드 플래시 양산은 YMTC가 첨단반도체 설계 제조에서 혁신의 길을 가는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YMTC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4월 미중 무역전쟁 이후 처음 찾은 우한의 반도체 회사 XMC의 기술을 근간으로 낸드 플래시 양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 칭화유니가 우한의 국유기업 XMC를 인수한 뒤 2016년 설립한 메모리 반도체 관계사가 YMTC다.
시 주석은 당시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강하지 않으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반도체 기술에서 중대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이후 2019년 내 충칭(重慶)의 양장(兩江)신구에서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12인치 D램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올해 말 공장을 착공하고, 2021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와 D램 양산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국 유일의 반도체 기업이다.
칭화유니는 또 지난 달 31일 창장가오커와 상하이연구센터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상하이 시정부가 추진중인 상하이 반도체 설계산업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상하이시는 2025년까지 이 산업원에 1000개가 넘는 반도체 업체와 10만명이 넘는 인재를 유치해 1000억위안 이상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쉬쿤린 상하이 부시장은 IC China 2019 개막식에서 "지난해 반도체 설계 산업원 조성 프로젝트를 가동한데 이어 지금은 반도체 장비재료 산업원 조성도 준비단계에 있다"며 "세계 일류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선진 수준의 반도체 전문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분쟁이 부각시킨 반도체 핵심소재와 장비의 중요성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IC China 2019 개막식에 참석한 국가 반도체 기금 관계자는 "기금이 투자한 기업들을 연계하는 식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국산장비와 재료를 구매하는 비율을 늘리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4년 9월 조성된 국가반도체 기금은 2018년말 기준 자산규모가 1159억위안에 달했다. 두차례에 걸쳐 조성한 기금을 기반으로 일으킨 관련 자금 규모가 이미 1조위안을 넘어섰다.
IC China 2019 이틀째인 4일 연단에 오른 인즈야오 중웨이반도체설비 회장은 반도체 설비 혁신이 핵심이라며 중국 반도체 설비 시장이 지난해 2013년의 4배 규모로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반도체 관련 자금의 95% 이상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고, 소재와 설비에 가는 자금은 3%도 안된다"며 "핵심 기술을 수중에 넣지 못하고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전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마이크론의 중국 반도체 기업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는 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장애물이다. 올해 2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급 D램을 양산하려던 국유기업 푸젠진화(福建晋华,JHICC)는 미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지재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작년 10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취한 탓에 양산 일정을 맞추기는커녕 존폐 기로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푸젠진화, YMTC와 함께 중국 반도체 굴기를 대표하는 3두마차로 불리는 허페이창신(合肥長鑫)의 생산시설도 마이크론의 23㎚급인 ‘100S’를 옮겨왔다는 게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관측이다. 미국의 공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중국도 카드는 있다. 중국은 현재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과 함께 마이크론을 작년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마련중인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후보로도 거론된다. 중국은 특히 자국의 희토류 자원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마이크론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큰 시장이 무기다. 지난해 중국에 수입한 반도체는 3121억달러에 달했다. 수출은 846억달러에 그쳐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를 냈다. 중국반도체협회 부이사장인 웨이샤오쥔 칭화대 미세전자연구소 소장은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3개의 반도체 가운데 2개가 중국으로 온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업종은 경기둔화에도 두 자리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웨이샤오쥔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설계 매출 규모는 2519억위안에 달했다. 전년 대비 21.5% 증가한 수준이다. 반도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25.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