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보리 속 수분 조절 유전자로 가뭄 이겨낼 곡식 만든다

조선일보
  • 유지한 기자
    입력 2019.09.05 03:07

    기공 조절해 수분 손실 줄이고 보유량 늘리는 유전자 분리 성공
    "벼 등 다른 식물에도 활용 가능"

    영국 헤리엇와트대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보리를 살펴보고 있다.
    영국 헤리엇와트대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보리를 살펴보고 있다. /영 헤리엇와트대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식물에 비상이 걸렸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체온 조절을 할 수 없어 기온 변화에 더 취약하다. 국내외 과학자들이 식물의 잎에서 기후변화를 이겨낼 방법을 찾았다.

    영국 헤리엇와트 대학교 연구진은 "보리의 3만9000개 이상 유전자 가운데 가뭄을 견딜 수 있는 'HvMYB1'이라는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농업 분야 국제학술지 '식물 생리학·생화학' 9월호에 발표했다.

    식물의 잎 뒷면에는 기공(氣孔)이 있다. 두 개의 공변세포가 열리고 닫히면서 생기는 구멍으로 공기와 물이 식물의 안팎을 드나든다. HvMYB1은 기공을 조절해 수분 손실률을 줄이고 수분 보유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더 많이 발현된 식물일수록 가뭄에서 더 잘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일반 보리에 비해 물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주요 언론은 "HvMYB1은 보리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도 있다"며 "'가뭄'이란 위험에 직면한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폭염으로 프랑스의 포도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최대 13% 줄어든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표면 평균 온도가 섭씨 4.5도 오르면 보리 생산량의 17%가 감소하고 5도 이상 오르면 최대 31%까지 줄어든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가뭄을 견딜 수 있는 식물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도 지난달 "벼의 공변세포에서 기공을 조절하는 특정 유전자 4종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라이스' 12호에 밝혔다. 이 중 인산화효소 관련 유전자는 기공을 닫아 물 배출량을 줄이고, 탈인산화효소 관련 유전자는 기공을 열어 물 배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기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기공을 닫는 유전자를 활성화해 수분 손실률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원리를 활용해 가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벼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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