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100억원대 소송...맘모톰으로 또 붙은 의료계와 보험계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19.09.04 13:00

    병원, 맘모톰 시술 후 다른 항목으로 보험금 청구
    보험사 "맘모톰, 新 의료행위, 실비보험 대상 아냐"

    올 초에 실비보험 청구 간소화 절차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의료계와 보험계가 이번엔 맘모톰 시술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맘모톰 시술은 유방조직검사를 할 때 진공 흡입기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진단법이다. 유방 병변을 흉터 없이 제거하고 조직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병원은 맘모톰 시술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맘모톰 시술’로 적지 않고 ‘임의(불법) 비급여’로 신청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들은 "맘모톰 시술은 급여항목이나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실비보험으로 청구한 것은 임의 비급여 행위"라며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급여항목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싼값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급여항목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값이 비싸지만 실비보험이 있다면 청구해서 100% 혹은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조선DB
    4일 의료계와 보험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메리츠화재(000060)·현대해상(001450)등은 의료업계 병원장 100여명에게 총액 1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각 보험사의 소송가액은 200억~300억원 가량이다.

    소송은 형사와 민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형사 소송은 사문서 위조 행위로 청구됐다. 병원이 맘모톰 시술을 하고 다른 시술명을 적어 환자들이 실비보험을 청구하게 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부당이득금 반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비청구를 하지 않았어야 하는 부분인데 부당하게 청구하고 이득을 봤다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맘모톰 시술이 최근 신기술로 인정된 만큼 의사의 재량권으로 시술 행위가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맘모톰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맘모톰 시술은 과거 두 차례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신의료기술 신청에서 떨어졌으나 8월 열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보험계는 8월 이전에는 맘모톰 시술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적 근거가 없는 만큼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8월 이후 청구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이전 청구는 임의비급여이고, 시술명을 다르게 적은 정황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를 묵과하고 넘어가면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손해를 본다"고 했다.

    의료계와 보험계 갈등의 배경엔 돈이 있다. 의료계는 수가가 낮아 수익성 향상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비보험 가입 환자를 통해 비급여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병원은 환자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본 다음 시술내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보험사의 실비보험 손해율은 유례없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실손보험을 판매한 13개 손해보험회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였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로 129원을 지출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줄어들 만한 제도적 장치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도수치료나 온열치료 등을 모두 실비보험으로 청구해 손해율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맘모톰 소송 말고도 보험사와 의료계간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실비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갈등을 빚었다. 보험사 측에서는 환자가 병원비를 수납하자마자 보험사에 실비청구를 할 수 있도록 간소화 서비스를 내놓자고 주장했지만 일선 병원에서 의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절차가 번거로워 청구가 많이 누락돼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것인데, 시술내용이 자료로 쌓일까봐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비보험 청구 간소화 절차가 마련되면 단기적으로는 실손보험 청구가 늘어 손해율이 늘어날 수 있지만 만연한 보험사기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의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행정비용과 업무부담을 병원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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