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킬로미터 이동수단'을 잡아라…전동 킥보드에 빠진 글로벌 車업체들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8.30 06:00

    미국 워싱턴DC에서 전동 킥보드는 흔한 대중 교통 수단이다. 인도에서 보행자들과 속도를 맞추며 이동하거나, 인적이 드문 공원을 '씽씽' 달리는 모습이 일상이다. 언덕들이 곳곳에 있는 워싱턴DC에서 전동 킥보드는 빠르고 편한 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 앱을 켜고 QR 코드를 찍은 다음 전동킥보드를 발로 밀어주면 '딸깍' 소리와 함께 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 반납은 주차하고 QR 코드를 다시 찍으면 완료된다.

    미국 포드는 지난해 11월 전동 킥보드 업체 ‘스핀’을 인수했다. /스핀 제공
    최근 워싱턴DC로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최모(56)씨는 "현지 직장인들이 전동 킥보드로 신속하게 '혼이동(혼자이동)'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관광객도 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여행 피로를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전동 킥보드는 확산하고 있다. 주로 서울 강남, 여의도, 마포 등지에서 출퇴근 시간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29일에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업체 ‘빔’이 한국 진출을 선언했고, 독일 윈드는 부산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DC 거리에 주차된 전동 스쿠터. /트위터 캡처
    전동 킥보드·자전거 같은 '라스트 마일(last mile) 모빌리티'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마지막 1마일(약 1.6㎞)의 짧은 거리를 이어주는 이동 수단이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7일 차에 싣고 다니며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빌트인(일체형)’ 타입의 전동 스쿠터를 공개했다. 평소에는 접이식으로 차량 내부에 장착됐다가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활용해 충전하고 사용자는 주차 후 꺼내 최종 목적지까지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1년 출시될 신차에 이 전동 스쿠터를 선택 사양으로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동과 레저 활동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자동차의 개념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체형 타입 전동 스쿠터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독일 아우디는 ‘e트론(e-tron)’ 전동 스쿠터를 내년 하반기쯤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이 전동 스쿠터를 자사 전기차에 옵션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고바이크’라는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을 2017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엔 전기스쿠터 대여업체 ‘스핀’을 인수하기도 했다.

    독일 다임러는 독일 전역에서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고, 제네럴모터스(GM)는 올해 2분기부터 전기 자전거 'e-바이크'를 판매하며 1인용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는 27일 성능과 디자인이 개선된 자동차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를 공개했다. /현대차 제공
    주요 완성차 업체가 전동킥보드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이동수단 이용행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전국 가계 여행 조사(National Household Travel Survey)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차량 운행의 거의 절반이 3마일(5km)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를 운행하기 보다는 짧은 거리를 오간다는 것이다.

    포드의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그룹인 포드 X의 서니 마드라 부사장은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교통체증이 점점 심해지고, 주차난까지 발생하면서 시내에서 근거리를 오고갈 이동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짧은 거리 이동에는 전동 스쿠터, 전기 자전거 등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킥보드들의 주행거리가 배터리 성능 개선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점도 서비스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공유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시장이 2030년 5000억달러(약 60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M이 기업 체질을 전통적 개념의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바꾸는 것도 이같은 변화에 따른 것이다. 메리 바라 GM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자동차 산업에서 앞으로의 5년은 지난 50년간 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이 완성될 경우, 모빌리티 서비스와 결합하면 이용자가 크게 늘어 자동차 산업 내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는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할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관련 사업 기회를 포착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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