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근접센서 칩 개발 김수환 서울대 교수 “중국 매각 제안 거절, 국내 기업과 量産 테스트”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8.29 06:00

    김수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업과 대학 간의 기술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단순 기술 개발 지원이 아닌, 제품 양산 단계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기업과 대학 간의 기술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닌, 제품 양산 단계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설계 업체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의 기술 고문을 맡고 있는 김수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2014년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를 공동 창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이정환 대표가 회사 경영을, 김 교수는 기술 고문을 맡았다.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는 최근 스마트폰용 근접 센서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국내 대기업에 공급을 앞두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이 칩을 양산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김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근접 센서 칩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전화를 받을 때 얼굴에 가까이 대면 디스플레이가 저절로 꺼지는 역할을 한다.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중국의 기술 매각 제안 거절…"국내 대기업과 양산 테스트 중"

    스마트폰 전면이 풀(full)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 기존 근접 센서 칩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스마트폰용 근접 센서 칩은 빛을 쏘고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감지하는 원리로 구동된다. 그러나 근접 센서 칩이 디스플레이 아래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강화유리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이 감쇄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빛을 강하게 쏘면 디스플레이에 빛을 쏘는 듯한 깜빡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실리콘 기반의 새로운 광소자를 개발했고 이를 시스템반도체와 결합하면서 빛을 감지하는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쪽에서 근접 센서 칩 개발 기술을 팔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가 고민에 빠진 순간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제품 테스트를 하고 싶다는 요청도 왔다.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는 국내 대기업을 선택했고, 현재 근접 센서 칩은 국내 대기업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탑재될 수 있고 양산이 가능한지 테스트 중이다. 김 교수는 "기술을 중국에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국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분야 벤처·중소기업 기술 자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술을 지원해도 양산을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 직접 양산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를 공동 창업했다. ‘공학자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도 영향을 미쳤다.

    크레파스테크놀로지스의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창업 초기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는 단순 기술 개발 용역 업체였다. 김 교수가 2015년 가속 센서 칩을 개발했을 당시에는 고객사가 원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역할만을 했다. 이후 양산은 고객사가 알아서 했다. 가속 센서 칩은 자동차의 속도를 감지하는 데 활용되는 칩이다. 개발 용역을 준 고객사는 양산에 실패했다.

    크레파스테크놀로지스는 개발비 등을 벌었지만, 김 교수는 이 것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6년 개발한 먼지 센서 칩은 양산까지 챙겼다. 이 칩은 중국 가전 업체에 공급되고 있고 현재 국내 가전 대기업도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과 여러 벤처·中企 그룹으로 연결해야"

    김 교수는 최근 정부가 국내 벤처·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를 지원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환영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품 수요처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1대1로 연결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대기업과 여러 벤처, 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를 묶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의 경우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 개발·상용화를 제안했을 때 그 기술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대기업이 나서서 그 분야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중소기업들을 묶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이런 기능을 지닌 제품을 원하니깐 만들어서 가져와라, 그러면 사용하겠다’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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