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 떡잎 되기 前에 찾아낸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9.08.23 03:10

    [창업의 밑거름, 벤처투자자] [4]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최초기술 가진 창업 후보자 선별, 회사 차리기도 전에 투자 결정
    이공계 박사 많은 대전에 '둥지'… 10년 지속되는 장기투자가 원칙

    "세계 최초나 한국 최초 정도의 뛰어난 기술을 가진 창업 후보자를 찾아내고, 이들이 창업하기 전에 투자를 결정합니다. 초기라기보다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만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용관(48) 대표는 "색다른 아이디어나 사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보다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곳에 투자한다"며 "한번 투자하면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 스타트업을 세운 경험이 있는 창업자 출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그는 2000년 반도체 장비 회사인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2012년 미국 기업인 MKS에 300억원 안팎의 금액을 받고 매각했다. 2014년 현재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창업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기틀이 잡혔지만, 유독 기술 스타트업만은 여전히 허약하다"며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인 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고 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103개 기업에 170여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 우주공학 등 투자 분야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최첨단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라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의 최첨단 기술 스타트업 골라 투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본사가 있다. 벤처 투자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와 함께 항공우주연구원, 화학연구원 등 정부 주요 출연연구소와 대기업 산하 연구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며 "이곳에는 이공계 박사만 1만2000~1만5000여 명이 일한다"고 말했다. 기술 창업의 보고(寶庫)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우수한 기술 인력이 한데 모여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했다. 실제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투자사 가운데 35%가 대전 소재 기업이다. 또 절반 정도는 창업하기 전에 창업 후보자를 만나 투자를 결정한 팀이고, 나머지도 1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창업하기 전 기술 스타트업을 세운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곳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창업하기 전 기술 스타트업을 세운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곳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한국 최초, 아니면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한 곳이에요. 스페클립스라는 회사는 레이저로 깊은 바닷속 암석 종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피부암 진단에 활용합니다. 조직 검사 없이 피부에 레이저만 쏘면 종양인지, 그냥 점인지 알 수 있어요. 물론 세계 최초 기술입니다."

    그는 "토모큐브라는 스타트업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할 때 내부 구조까지 한 번에 파악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세포의 상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 항생제 진단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은 조기 회수 안 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개요 표

    이 대표는 "한국 창업 생태계에서 기술 창업 비중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는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자가 거의 없는 데다, 대부분 4∼5년 안에 조기(早期) 회수를 원한다"며 "기술 스타트업은 첨단 기술을 상품으로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뜻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술 스타트업에 자금이 잘 안 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구원·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자들은 고집이 세다. 그는 "무조건 본인의 신기술이 옳다고 과신하고, 대부분 소비자나 시장에 대한 고민을 잘 안 한다"며 "기술만 좋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기술 창업을 경험한 본인이 이런 양쪽의 차이를 메꾸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과 기술 스타트업 간 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게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더 큰 것 같다"며 "대기업들이 실패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다시 채용해 기술을 흡수하는 풍토가 마련되면 더 많은 엔지니어가 창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취업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는 "대기업들도 창업 생태계를 통한 혁신 성장을 노리고 있는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 스타트업을 경험한 인재를 대기업으로 흡수하는 것"이라며 "창업에 실패한 엔지니어들을 대기업들이 데려와 이들의 경험을 받아들이고, 엔지니어들은 다시 여기서 기술과 역량을 갈고닦아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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