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 두달새 25억원어치 매입…활기찬 종로 金거리

입력 2019.08.23 06:00

"1돈(3.75g)에 얼마에요?"
"다른 데는 1000원 더 쳐 주던데."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거리의 한 금은방에는 금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진열대에는 금으로 만든 팔찌와 반지, 목걸이 등이 있었고 작은 크기의 골드바도 놓여 있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금 시세를 먼저 물었다. 가격은 거의 실시간으로 바뀌어 1돈에 1000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손님과 덜 주려는 직원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인근 한국금거래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금값을 묻는 전화가 많이 와 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한 거래소 직원은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금값을 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의전화가 많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공포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 6월 초 온스(oz·약 31.1g)당 1300달러(약 157만원) 수준이었던 금값은 현재 1500달러 안팎으로 약 15% 올랐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고객이 금을 판매하고 있다. / 서영일 인턴기자
◇강남 큰손, 25억원어치 골드바 구매

최근 ‘강남 큰손’이 수십억원어치의 금을 한번에 구매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종로의 한 귀금속 상가 관계자는 "지난 6월과 7월 두번에 걸쳐 골드바를 사기 시작한 손님이 있다"며 "총 50㎏의 골드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세로 50㎏ 골드바의 가격은 약 25억5000만원이다. 이날 현재 판매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50㎏ 골드바 가격은 약 28억원으로,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약 10% 오른 것이다. 김창모 한국금거래소 사장도 "6월쯤 30㎏가량 금을 사간 손님이 있다"고 했다.

금값이 오르니 갖고 있던 금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한다. 이날 금을 팔러온 화물차기사 이모(38)씨는 "지난 6월에 여윳돈이 생겨 안정적인 자산인 금을 사뒀다"며 "2개월만에 금값이 많이 올라 오늘 팔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강모(34)씨도 "아이들 돌반지와 아내의 결혼 패물을 들고나왔다"며 "주기적으로 금값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하고 팔러 나왔다"고 했다.

금과 함께 은(銀)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김수호 한국금거래소 매니저는 "현재 금값이 많이 올라 은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는 지난 21~22일 이틀간 한 손님이 300㎏가량의 실버바를 사기도 했다. 시세로 약 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보관 어렵고 부가가치세 10% 별도로 부담

금과 은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현물로 사면 보관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크기가 작은 골드바나 실버바는 금고에 따로 보관하지 않는 이상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도 큰 편이다. 이날 종로 금은방에 금을 팔러온 조정애(73)씨는 "가격이 많이 올라서 파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적은 양의 금을 항상 지니고 다니면 분실할 수 있어 판매하게 됐다"고 했다.

일반 상품의 가격에는 부가가치세(부가세)가 포함돼 있지만, 현물로 금이나 은을 살 때는 10%의 부가세를 따로 내야한다. 예를 들어 6000만원짜리 골드바 1㎏을 사면 600만원을 내야 해 실제 금액은 6600만원이다. 이 때문에 금값이 올랐다고 짧은 기간에 시세 차익을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판매기관에 따라 판매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보통 판매기관이 매매한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지는데, 백화점이나 홈쇼핑의 경우 상대적으로 판매 수수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 현물 투자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이 아니라 자산 배분 차원으로 접근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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