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페이스북 무임승차 눈감은 韓 법원 판결" 비판

조선비즈
  • 안별 기자
    입력 2019.08.22 15:20

    한국 법원이 통신사와 글로벌 CP(콘텐츠공급자)의 망 사용료 협상에 영향을 미칠 세기의 소송에서 미국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CP들은 향후 한국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추가 부담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업계는 "카카오나 네이버가 망 사용료로 1년에 수백억원을 내는데,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자 무임승차를 눈 감아주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국내 통신사와 협의 없이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 한국 사용자에게 피해를 준 페이스북에 과징금(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 5개월 만에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재판장)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트위터 캡처
    페이스북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방통위는 "판결문을 확인한 후 입장을 낼 것"이라며 "현재 입장은 바로 항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페이스북, 국내 통신사 접속 경로 임의 변경 발단

    한국 정부와 페이스북이 법정에 가게 된 것은 페이스북이 국내 주요 통신사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됐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KT 캐시서버를 경유하던 것을 홍콩·미국 서버로 임의 변경했다. 캐시서버는 중복 데이터를 본사 서버에서 읽어오지 않고, 중간 경로에 임시 저장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 캐시서버를 통해 중계접속을 해왔다. 하지만 서버가 임의 변경되면서 통신사 고객들은 최대 4.5배 느려진 인터넷 접속 속도 영향으로 불편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KT와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이견이 생기자, 고의로 캐시서버 접속을 끊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예상하지 못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CP, 네이버·카카오보다 트래픽 더 쓰고 비용 덜내

    국내 대표적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 700억원과 연 300억원을 국내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CP들은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량을 차지하면서 망 사용료 일부만을 지불하고 있다. ‘무임승차’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 이용 등으로 연 150억원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상호접속 고시가 개정되면서 KT는 캐시서버에 중계접속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위해 페이스북의 망 사용료를 대납하는 상황에 놓였다. KT는 페이스북과 망 사용료에 대해 추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들의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의 70% 이상"이라며 "국내 CP들과 달리 제대로 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韓 법원 판결, 향후 글로벌 CP 계약에 영향 미칠듯

    한국 법원의 판결은 페이스북 외에 다른 글로벌 CP들에게도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한국 외 국가에서 추가적인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글로벌 CP에 면죄부를 부여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해외 법원의 판결도 글로벌 CP의 망 사용료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프랑스 대법원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텔레콤이 구글 트래픽 중계회사인 코젠트가 추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접속용량을 제한한 것에 대해 정당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글로벌 CP들은 망 사용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다만, 한국 법원의 판결이 1심인 만큼 향후 진행상황과 망 사용료 제도 개편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망 사용료 관련) 큰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통신사와 CP의 망 사용료 계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산업적 차원에서도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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