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혜택, 고소득층이 더 수혜…'소·주·성'의 역설

입력 2019.08.22 13:29 | 수정 2019.08.22 15:44

1분위 소득증가율 0%, 재정투입에도 개선 없어
"소득주도성장 효과 어디있나?"…전문가 비판
소득 높을 수록 아동수당 등 복지수혜 더 많아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렸지만, 저소득층 소득 개선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에서 최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0.04%인 것으로 나온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5분기 연속 감소했던 1분위 소득이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0.04%)이나마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내부적으로는 증가폭이 0.1%에도 이르지 못한 것에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리고, 아동수당을 신설한 효과는 오히려 4, 5분위 등 고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중상위층의 지갑을 늘려줘 소득불균형이 악화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2019년 5월 15일 내수(內需) 경기 침체에다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의 충격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빚덩이는 불어나고, 서울 도심까지 빈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폐업하면서 감사 인사를 진열장에 붙인 종로구 삼청동 상가. /조선DB.
◇재정 쏟아부어도 개선 안되는 저소득층 소득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득부문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전체 소득은 전년대비 3.8%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계층 분위별로는 1분위(최하위 20%) 소득 증가율은 0.04%로 전년대비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2분위(하위 20~40%) 4.0%, 3분위(하위 40~60%) 6.4%, 4분위(상위 20~40%) 4.0%, 5분위(최상위 20%)는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별 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2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소득 1분위와 5분위별 소득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소득불균형 확대는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의 근로소득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분위 사업소득(22만4800원)은 15.8% 증가했지만, 근로소득(43만8700원)은 15.3%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을 많이 늘리면서 저소득층의 소득보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했지만 근로·사업활동 등 고용을 통해 창출된 소득은 작년에 비해 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시장소득 창출능력이 회복되고 있지 않아 1분위 소득개선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개선을 위해 재정을 쏫아부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소득 1분위 계층 대상 기초연금 지급액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지난 7월부터는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했다. 노인일자리 사업도 참여인원을 지난해 60만명에서 올해는 70만명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사업에는 약 6조~7조원의 예산이 작년에 비해 더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책 목표인 1분위 소득 개선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층의 근로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정책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소득 하위 20% 소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수당 등 이전소득 증가 효과는 고소득층이 수혜"

소득주도성장을 실현시키기 위해 늘린 각종 복지 수당은 오히려 계층간 소득불균형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각종 복지수당 등이 포함된 이전소득은 전국 평균(58만800원)으로는 지난해 2분기보다 13.2% 늘었지만 소득분위별로 보면 1분위(62만2100원)와 2분위(58만3100원)은 각각 9.7%, 7.8%씩 증가했고, 3분위(55만7100원)도 8.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4분위(52만200원)와 5분위(59만1200원)는 각각 18.2%, 23.4% 늘어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이전소득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전소득 확대로 인한 소득개선 효과가 고소득층에게 집중됐다는 의미다.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적이전소득만을 따로 보면 더 확연하다. 전체 계층 중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25만원)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40.5%로 전체 분위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저소득층인 1분위(24만5200원)와 2분위(16만7500원)는 각각 33.5%, 25.7% 증가했다. 3분위(17만1600원)는 16.3% 증가했고 4분위(16만3400원) 5.8% 늘었다.

박상영 과장은 "이번 분기 이전소득 증가폭은 사회수혜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실업급여와 아동수당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면서 "아동수당은 3분위와 4분위 이전소득 증가에, 실업급여는 5분위 이전소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이 된다"고 말했다.

소득구분 없이 가구 당 아동 수에 따라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고소득층으로 이전소득이 더 많이 흐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가 있을 확률이 높은 만큼 아동수당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 받아갈 가능성이 크다. 아동수당 등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 수당이 소득불균형을 확대시키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정부가 제공하는 이전소득의 소득지원효과는 의료보험 외에는 거의 없으며, 아동수당이나 교육비 지원처럼 효과가 정반대로 나오는 것들도 상당하다"면서 "정책 효과를 정확히 인지하지 않고 추진한 결과가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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