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항계] 박영선 중기벤처 장관이 불편한 타 부처

입력 2019.08.20 06:00

"‘중소기업’ 단어만 들어가면 너무 예민하게 반응"
중기부 "협의 때 마찰은 당연…부처 이기주의 아냐"

정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박 장관과 중기부가 정책보다는 장관 본인 및 부처가 돋보이는 데 힘쓰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일 "섬유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두고 논의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언쟁을 벌였다"며 "스마트팩토리 주무 부처와 관련해 박 장관이 성 장관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스마트’나 ‘중소기업’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전부 중기부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터라 부처간 업무 조율이 안되고 있다"고 했다. 섬유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자동화된 생산 공정을 기반으로 매장에서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맞춤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인 '스피드팩토어'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산업부가 배포했다.

박 장관 및 중기부와 마찰이 잦은 부서는 업무상 겹치는 곳이 많은 산업부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제품 생산의 전 과정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된 공장)는 산업부에서 2014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다 지난해 중기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스마트산업단지, 스마트공장 연구개발(R&D) 등은 산업부가 주관하고 있다.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천규 환경부 차관,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도 이같은 기운이 감지됐다. 산업부는 당초 관련 브리핑을 성 장관이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경제정책 발표 등 중요 발표를 제외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의 경우 보통 주무부처 장관이 브리핑을 하면 관계부처 차관급이 배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발표에는 박 장관을 비롯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장관급이 배석했다.

이날 참석자는 중기부가 브리핑 하루 전 박 장관이 참석하겠다고 산업부에 알려와 급히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브리핑에 참석한다고 하자 브리핑에 앞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유 장관, 최 위원장 등이 동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내용 중 중기부와 중소기업의 역할 및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정부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마찰이 생긴 것은 성 장관이고 다들 표현은 안하지만 다른 장관들도 분명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당초 성 장관이 브리핑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실제 브리핑 장소에 성 장관과 박 장관 둘이 나타나 함께 브리핑을 진행하면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다. 유 장관이나 최 위원장이 브리핑에 동석한 것은 성 장관을 배려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부처간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준비해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정책자문단 간담회’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담회’는 중기부 주도로 진행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박 장관 취임 후 중기부에서 '중소기업'이란 글자만 들어가면 중기부 영역이라고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며 "중기부와 협업하는 다른 부처에서도 중기부가 요즘 좀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대규모 국정과제는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주무부처를 어디로 할지 등에 대한 조율을 거치게 돼있고, 국무조정실이나 청와대로부터 가르마가 타져 내려오게 된다"며 "협의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부처간 이기주의나 밥그릇 챙기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조율 과정 중 일부로 봐 달라"고 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4~2.5%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하방리스크 대응과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을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질의응답 역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수출·내수 부진 및 활성화 방안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이뤄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뜬금없이 스마트팩토리 관련 질문이 박 장관에게 향하면서 박 장관이 중기부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 있었던 정부 관계자는 "질문이 들어왔으니 답을 했겠지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라는 브리핑 주제와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며 "박 장관이 관련 설명을 자세하게 하면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이 마치 중기부 현안 발표회처럼 돼버렸고 현장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고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우리가 청에서 부로 갑자기 바뀌면서 다른 부처들에 비해 조율과정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부처의 미숙함으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이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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