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온라인게임업체 넥슨, 매각 실패 후유증 수습할까

조선비즈
  • 안별 기자
    입력 2019.08.19 15:20 | 수정 2019.08.19 15:47

    PC 게임 성공 안주...모바일 히트작 못내고 ‘돈슨' 지적도
    매각무산후 내실 다지기・ 조직 개편・인재영입으로 돌파구 모색

    "옛날에는 넥슨 로고만 봐도 설렜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너무 아쉽습니다."

    지난 16일 만난 10년차 게임 개발자 A(37)씨는 넥슨에서 이렇다 할 대작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근 넥슨 매각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이슈와 관련해 "넥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한국을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이끈 주역 넥슨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넥슨 제공
    넥슨은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 서비스’라는 타이틀과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개편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14년 만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넥슨의 움직임을 보면 매각 실패 이후 해외 투자와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수습하려는거 같다"고 말했다.

    ◇ 게임업계 1위 ‘넥슨’…과거엔 개발 참고대상 1순위

    넥슨이 2016년 판교 사옥을 소셜미디어에 소개한 글./트위터 캡처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2조5296억원으로 국내 게임업계 빅3(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1위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1조7155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이 많다. 넷마블은 지난해 2조213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은 2000년대 초부터 국내 게임업계 1위를 유지했다.

    넥슨은 1994년 창립 이후 1996년 세계 최초 MNO(다중접속역할수행)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했다. 이후 2001년 크레이지아케이드, 2003년 메이플스토리, 2004년 카트라이더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게임 유저들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을 가리키며 "넥슨 빌딩의 창문 하나 정도는 내가 사줬다"면서 넥슨 게임에 열광했다. 2016년 온라인에 넥슨 사옥을 공개한 넥슨은 소셜미디어에 "이 사옥은 여러분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게임 개발자는 "2000년대 초반 넥슨의 안티팬도 많았지만 모두 넥슨 게임에 열광했다"며 "게임을 개발할 때도 넥슨의 게임은 참고대상 1순위였다"고 말했다.

    ◇ 모바일게임 부상으로 PC게임 강자 흔들려

    넥슨의 PC게임 ‘던전앤파이터’./넥슨 제공
    2009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자 국내 게임산업의 무게중심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갔다. 하지만 넥슨은 모바일게임 투자보다 캐시 아이템(현금으로 충전하는 게임 돈으로 구매하는 아이템) 등 PC 게임의 수익성 확대에 주력했다. 일각에선 ‘돈만 밝히는 넥슨’이라는 의미의 ‘돈슨’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PC게임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모바일게임 매출 성장은 더뎠다. 넥슨의 2014년 모바일게임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대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22%까지 늘었지만, 전통의 모바일게임 강자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게임 라인업 다각화도 부족했다. 매출의 약 80%를 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에서 벌어들였다. PC게임 IP(지식재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을 내놨지만, 대작은 나오지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에서 대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매각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쟁사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 등으로 치고 나가자 위기를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1월 넥슨의 매각 시도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소유 지분 전량(67.49%)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의 지분(29.43%), 개인회사 와이즈키즈 보유 지분(1.72%)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당시 넥슨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에 달했다.

    구체적인 매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작 부진 혹은 게임산업 홀대로 인한 김 대표의 게임업계에 대한 염증 등이 이유로 추측됐다. 넷마블·텐센트·카카오 등이 인수 업체로 언급됐다. 하지만 10조원이 넘는 몸값을 두고 협상자를 찾지 못해 넥슨은 지난 6월 매각을 공식 철회했다.

    ◇넥슨, 매각 실패 후 후유증 회복중

    넥슨은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고려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해외 투자에 나선 것이다. 넥슨은 올 7월 스웨덴 소재 게임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추가 지분(32.8%)을 취득했고, 지난 5일에는 나머지 지분을 모두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넥슨측은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엠바크의 우수 기술력을 기반으로 최대한 시너지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올 11월 개최되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도 2005년 이후 14년 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내실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공지된 사업조직 개편안에 따라 PC사업부·모바일 사업부 통합 조직개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개편을 통해 주요 IP 중심으로 구성된 통합본부 산하 9개 그룹은 퍼블리싱부터 사업 지원까지 각 그룹 내에서 담당한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뉴시스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허 대표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5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 2008년 넥슨에 385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누적 매출이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대작이 됐다.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매각 이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독립 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창립하는 등 ‘기인’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허 대표가 성공했던 시기는 14년 전이다. 지금의 게임업계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상징성과 위메프 등을 창립한 사업성에 대한 안목 등을 고려하면 넥슨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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