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변심에 하루아침에 쫓겨나...ABC마트와 당당히 겨룰 것"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8.14 09:40

    [인터뷰] 안영환 슈마커그룹 대표
    日 ABC마트에 신발 납품하다 ABC마트코리아 설립
    현장 중심 경영으로 고속 성장...ABC마트 횡령 고발 당했지만 무죄 결론
    토종 신발업체 인수해 재기 노려…"불매운동 의존 않고 당당히 겨룰 것"

    안영환 슈마커 그룹 대표는 31년간 신발 업계에 몸담은 신발 전문 경영인이다./슈마커
    "ABC마트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죠. 당당히 경쟁해서 이기고 싶습니다."

    안영환 슈마커그룹 대표는 31년간 신발 업계에 몸담은 신발 전문 경영인이다. 2002년 일본 ABC마트를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으로, 2011년까지 ABC마트의 성장을 주도하며 신발 편집매장이라는 신유통을 개척했다.

    안 대표는 ABC마트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지만, 10년 만에 쫓겨났다. 현재는 토종 신발 편집숍 슈마커와 영국 신발 편집숍 JD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그의 회사는 ABC마트에 대항할 토종 신발 유통업체로 주목받는다. 11일 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日 ABC마트에 신발 납품하다 ABC마트코리아 설립

    안 대표는 1988년 선경(현 SK네트웍스) 신발사업부에 입사해 일본을 상대로 신발 수출업무를 시작했다. ABC마트와는 거래처 중 하나로 연을 맺었다. 그는 단순히 신발 제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에 통할 법한 신발을 개발해 납품했다. 정통 부츠와 운동화를 접목한 GT-4301 신발의 경우 500만 족 가까이 팔리며 ABC마트의 성장에 일조했다. 이에 마사히로 미키 ABC마트 회장은 "우리는 선경이 아니라 안영환과 거래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후 안 대표는 독립했고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생산기지를 개척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일본 ABC마트의 성장은 가속했고, 2000년엔 도쿄증시 1부에 상장했다.

    ABC마트와 돈독한 신뢰를 쌓던 안 대표는 2002년 일본 측의 제안으로 ABC마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분은 51대 49(안 대표)로 나눴다. 소매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신발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ABC마트를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시켰다.

    안 대표는 "당시 일본 ABC마트는 규격화된 경영 매뉴얼이 없었다"며 "직접 현장 중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전략을 짜고, 본사 직원들도 매장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가 만든 매뉴얼은 현재 ABC마트 운영의 근간이 됐다.

    정통 부츠와 운동화를 접목해 만든 이 신발은 ABC마트의 스테디셀러가 됐다./안영환 제공
    2000년대 초만 해도 신발은 백화점이나 브랜드숍에서 사는 것이었다. 안 대표는 중심 상권에 대형 직영 매장을 열어 인지도를 조기에 확보하기로 했다. 명동에 3층짜리 매장을 얻어 간판을 걸었더니, 지나던 한 행인이 "편의점이 엄청 크게 들어오네. 패밀리마트 긴장해야겠다"라고 할 만큼 인지도가 없었다.

    안 대표는 "내 경영철학이 ‘비대칭’이다. 남들과 똑같이 해봤자 출혈 경쟁만 심해진다. 다른 전략을 세워야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 연간 40% 고성장하자 "일본 ABC마트 돌변해"

    초기 일본 ABC마트는 한국을 일본의 지방상권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ABC마트코리아는 한국 진출 6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냈다.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자 일본 측의 태도는 돌변했다고 한다.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일본 측은 출자 전환을 요구했다. 당시 안 대표는 대형 직영 매장을 내면서 일본에서 약 240억원을 빌렸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빌리는 게 좋겠다는 일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고환율로 차입금이 두 배 가까이 뛰자, 일본 측은 이를 이용해 회사를 차지하려고 했다는 게 안 대표 측 설명이다.

    그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었기에 파트너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본 측 연결재무가 쉽게 될 수 있도록 지분도 51%를 줬다. 그게 화근이 돼 돌아왔다"고 했다.

    일본 측은 안 대표의 후배가 운영하던 거래처를 압박해 집어삼킨 데 이어, 안 대표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 흥신소에 의뢰해 안 대표의 뒤를 캐기도 했다. 결국 안 대표는 대여금을 출자 전환했고, 2011년 3월 자신이 키운 회사를 떠났다.

    안 대표가 물러난 후에도 일본 측은 그를 배임, 횡령 등으로 고발했다. 법정 싸움에 휘말리면서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사업도 1년 만에 접었다. 혐의는 모두 무죄로 결론 났지만,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은 곧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안 대표는 한때 형제처럼 여겼던 그들을 ‘날강도’라고 표현했다.

    ◇ 토종 브랜드 슈마커로 ABC마트와 맞붙어

    30년 가까이 발만 보고 살아온 그에게 신발은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업계도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안 대표는 신발 토종 업체 슈마커의 인수를 제안받았다. 슈마커는 ABC마트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199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신발 편집매장이다. 하지만 대리점 위주의 유통 정책으로 인해 후발주자들에게 자리를 내준 상황이었다. 안 대표는 다시 피가 끓었고, 2016년 슈마커를 인수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후 슈마커는 ABC마트의 대체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슈마커
    그가 처음 신발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운동화를 신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명 중 7명이 운동화를 신는다. 신발도 여러 켤레를 두고 스타일에 맞춰 갈아신는다. 아파트 평수가 작아도 신발장은 크게 두는 게 대세다.

    안 대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이제 시장을 세분해 공략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프리미엄 신발 편집숍 JD스포츠를 합작으로 들여왔다. 이를 통해 고가의 한정판 신발부터 저가의 운동화까지 아우르는 유통 환경을 확보했다. 또 자사 온라인 쇼핑몰도 정비해 온라인 수요에 대비했다. 이 외에도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모바일 시장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상 중이다.

    안 대표가 슈마커를 맡은 후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3배가량 성장했다. 올해 슈마커는 매출 1350억원을 목표로 하며, 국내 진출 1년이 된 JD스포츠는 매출 1000억원을 내다본다.

    최근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슈마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슈마커의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신장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런 식의 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ABC마트와 당당히 겨뤄 승부를 보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ABC마트가 아니다. 신발을 넘어 다양한 상품군을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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