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부 8년간 늘어난 예산 130조, 文정부는 3년만에 늘릴 기세

입력 2019.08.14 03:10

2년간 예산 70조 늘린 정부, 내년 530조 편성땐 평균증가율 8.3%
기업이익 급감으로 법인세 세수 줄어, 적자 국채 더 찍을 수밖에

내년 예산 규모를 여당 요구대로 510조원 이상으로 늘릴 경우 정부 총지출은 2017년(400조5000억원)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500조원대를 돌파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100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 예산은 2005년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겼고, 2011년 300조원을 돌파했다. 예산이 100조원 늘어나는 주기가 6년에서 3년으로 짧아지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2~2023년에 7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울트라 수퍼 예산' 나오나

정부가 여당 일각의 주장대로 내년 예산을 530조원까지 늘릴 경우 '수퍼 예산'이라 불렸던 올해 469조원에 비해서도 12.9%나 늘어나게 된다. 정부 예산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0.9% 증가했을 뿐 그 전후로는 한 번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평균 예산 증가율은 확장 재정을 편 2008년과 2009년을 포함해 6.6%였고, 박근혜 정부 때는 4.4%였다. 내년 예산이 530조가 되면 문재인 정부의 평균 예산 증가율은 8.3%에 이른다.

그러나 재정 확장을 감당할 세수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감소 폭이 컸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조6808억원, SK하이닉스는 7조9371억원 줄었다.

세수가 뒷받침 안 되면 적자 국채를 대량으로 찍을 수밖에 없다. 여권은 이미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이달 초 추경 편성 과정에서 3조원가량의 적자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13일 당정 협의에 참석한 기획재정부도 이 점을 들어 '초수퍼 예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적정 국가 채무 비율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여당에선 "국가 채무 비율 40%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 같은 게 아니지 않으냐"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기재부에 따져 물었다. 문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확장 재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연평균 증가율을 5.8%로 유지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어디에 쓰려고 하나

여권은 고용 참사, 중소기업과 자영업 위기, 미·중 무역 전쟁, 일본의 경제 보복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이 막바지에 있다"며 "부품 소재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외 경제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여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 또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포용적 성장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각 지역의 상하수도·가스·전기 관련 시설 개선, 체육관·도서관 건립 등을 위한 생활 SOC사업에 예산 48조원을 쓰겠다고 한 상태다. 문 대통령도 "생활 SOC 투자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분명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올해 초부터 전국 17개 시도를 돌며 예산정책협의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각 시도로부터 숙원 개발 사업 410여개를 접수했다. 모두 실현할 경우 134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민주당은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매년 1조원씩 7년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1조원+α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α를 크게 늘리거나 아예 2조원 규모를 투입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당정 협의를 빙자한 예산 짬짜미"라며 "국민 허리 휘는 소리가 안 들리나"라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나라 곳간' 관리 작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이 정권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