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극일’ 바람에 소재기업 주가 펄펄 나는데... 국산화 가능성은?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8.14 06:00

    일본의 ‘몽니’로 시작된 한⋅일 통상분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대(對) 한국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을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일본이 소재 수출을 막아서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이를 대체하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이 용이한 불화수소(불산·에칭가스)의 국내 사용처를 넓혀 국산화를 하려는 열풍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원하는 모양대로 그리는 식각(에칭·Etching)과 세척 과정에 주로 쓰입니다. 600여개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 공정 중 수십여번 쓰이는 주요 소재입니다. 사실 절대 수입량에 비춰봤을 때 불화수소는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들어 5월까지 불화수소 국가별 수입 비중은 중국이 46.3%, 일본이 43.9%, 대만이 9.7%였습니다. 문제는 순도가 높은 고품질 불화수소를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속도를 내자,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웃고 있습니다. 후성,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램테크놀러지 등이 ‘불화수소 수혜주(株)’로 꼽히는 대표 기업입니다. 7월 1일 일본의 수출 제재 후 이들 기업 주가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3일 현재 후성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의 주가는 일본의 수출 제재가 발표되기 직전인 6월 28일 종가에서 50%가까이 상승한 상태입니다. 같은 기간 램테크놀러지는 주가가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이 기간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불화수소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테스트를 통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품질 불화수소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모든 일본 소재를 배제하는 탈(脫) 일본에 나선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매번 이를 공식적으로 부정해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산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 소재 완전 대체는 불가능하고 국산 신규 도입이 확정된 바도 없다"며 "기존 거래처인 중소기업들이 마치 대체가 확정된 것처럼 입장을 밝히고, 주가가 널을 뛰니 이렇다 해명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 상황은 묘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후성의 송한주 대표이사는 지난 달 22일 보유 지분 12만주 중 절반인 6만주를 7억원 상당에 장내매도 했습니다. "솔브레인은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낸 키움증권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제공
    진실은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했듯 불화수소의 절대 수입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문제는 순도입니다. 불화수소는 워낙 다양한 공정에 쓰이는 만큼, 요구되는 순도와 형태도 다양합니다. 저순도를 사용해도 괜찮은 공정에는 중국·한국산 액체 불화수소가 널리 쓰여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공정에는 일본산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가 쓰입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불화수소 순도는 99.999% 수준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순도가 ‘트웰브 나인(99.9999999999)’에 이릅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테스트’는 기존 저순도 액체 불화수소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를 대체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학계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합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국산화는 ‘공급선 다변화’의 한 선택지"라며 "국산 제품이 당장 적용될 수 없는 공정에는 일본산·해외산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또한 "소재 국산화에 1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는 길게 보고 풀어야할 과제라는 얘기입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