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부동산 대책… 盧때와 빼닮은 '反시장 처방'

입력 2019.08.13 03:08

[분양가 상한제 강행] 분양가 상한제 10월부터 적용

정부가 12일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공식 발표하자 업계에선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가 시장 원리에 어긋나 사실상 폐지된 제도를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이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예상되는 반(反)시장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안은 현 정부의 14번째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는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박정희 정부는 1977년 모든 아파트 분양 가격을 사실상 정부가 정하기 시작했으나 '로또 아파트'만 양산했고, 1980년대 말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1989년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거의 같은 정책을 2005년 2월 2기 신도시 공급과 함께 도입했다. 공공 택지에 먼저 적용했는데, 첫 사례였던 판교신도시는 청약 당첨자에게 막대한 시세 차익이 보장되면서 도시 전체가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그런데도 2007년 민간 택지까지 확대했고 전국에서 무수한 로또 아파트를 낳았다. 결국 이 제도는 2015년 적용 조건이 강화돼 실제 적용되는 지역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31곳 지도
이를 4년 만에 부활시킨 결정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의중도 반영됐다고 한다. 총선 승리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을 눌러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이번 결정에 거의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 원내지도부와 정책위원회는 국토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토부와의 당정(黨政) 협의회 직전까지 정부 안의 세부 사항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토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정말로 집값 안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설익은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거나 시장이 급랭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회의 종료 약 2시간 만에 원안을 그대로 발표했다.

기재부는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에 대해 "경기가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당장 시행은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를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 관가에선 "경제 콘트롤타워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실세 장관'(김현미 장관)의 위세에 눌렸다"는 평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협의를 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대변인은 "아마추어 장관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위험하고 어설픈 민간 분양가 상한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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