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지정·해제, 사실상 국토부 입맛대로

입력 2019.08.13 06:00

주거정책심의위원회 24명 중 국토부 ‘입김’ 위원 13명
홍남기 부총리 "실제 적용할 땐 관계부처간 별도 판단"

국토교통부가 ‘직전 3개월 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라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제조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꾸면서 사실상 국토부 입맛대로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의 지정과 유지, 해제는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결정하는데, 국토부는 이 중 최소 13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3일 국토부에 따르면 주정심은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급 9명,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등 13명이다. 위촉직 11명은 국토부장관이 위촉하는 민간위원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세부안이 공개된 12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연합뉴스
위원회는 과반수가 출석하면 열리고, 위원회 안건은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국토부가 위촉한 민간위원과 국토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LH, HUG까지 더하면 국토부 측 위원만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회의 내용은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올해 6월까지 주정심은 총 11차례 열렸는데, 대면 회의는 한 번만 열렸으며 나머지는 모두 서면 심의로 대체됐다. 모든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현재 주정심은 국토부가 안건 가결을 요청하면 그대로 따르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직전 2개월 해당 지역에서 공급된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거나 국민주택규모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1을 넘어선 곳 ▲주택분양계획이 전달보다 30% 이상 감소하는 경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 실적이 직전 연도보다 급격하게 감소한 곳 ▲신도시 개발이나 주택의 전매행위 성행 등으로 투기 및 주거불안의 우려가 있는 곳으로서 시도별 주택보급률이나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이거나 입주자저축가입자가 주택청약 1순위자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경우 중 하나를 만족하면 주정심 회의를 거쳐 정해진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도 광명시·하남시·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총 31곳이다. 투기과열지구는 2017년 8월~2018년 8월에 지정됐지만, 지금까지 해제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지정 때 충족했던 요건이 사라져도 자동 해제되는 건 아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1년마다 주정심을 열어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회의에서 해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제 시 다시 해당 지역이나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을 견인할 만한 지역, 그런 호재들이 충분하고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 곳은 해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이 ▲분양가격 ▲청약경쟁률 ▲거래 등 3가지 중 한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주정심을 거쳐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국토부가 기재부의 반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관철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정심을 통해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하기 전에 기재부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주정심이 열리기 전 통상 진행하는 관계부처 협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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