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부진한데 분양가 상한제…전문가 "경기위축 불가피"

입력 2019.08.12 16:14 | 수정 2019.08.12 16:17

"가뜩이나 부진한 건설투자가 올해, 내년에는 빙하기 수준으로 얼어붙을 것이 분명합니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대상을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경제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침체된 민간 건설 투자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나 사업 추진이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경기 역행적인 정책이 나온 것이다. ‘총선 전 집값 안정’이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 진작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 1단지 전경. /조선DB.
◇예상 뛰어넘은 고강도 규제…"건설 투자 침체 깊어질 듯"

국토부가 이날 오전 공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안으로 평가된다. 당초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만 상한제가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정부는 서울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겨냥했다.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추가’라는 지정 필수요건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이라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바꾼 것은 투기과열지역 내 분양권 상한제 적용의 재량권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권 상한제 확대 조치가 건설투자 감소 추세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도 오는 10월까지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분양권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 강남의 반포주공 1단지, 신반포4지구, 개포주공 1단지 등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사업규모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기대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조합원 부담금 증가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도 있어 관련 투자가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경우 건설투자 침체가 경기활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투자(전년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1.9%(전년비)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게 위축된 것도 건설투자 침체 영향이 큰 탓이다.

한은은 올 상반기 5.4% 감소했던 건설투자가 하반기에는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충격이 클 경우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건설투자 침체가 깊어지면 올해 2% 초반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분기별 GDP 증가율 및 투자 동향(전년비, 단위 :%)
◇"총선용 강남 집값 잡기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 증폭"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는 국내 경기를 감안했다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같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투자 부진이 경기 활력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선 전 강남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정치적 목표가 경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경제정책의 전체 틀을 흔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분양권 상한제로 인한 공급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 축소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주거 수요가 많은 특정 지역은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주택공급 축소로 인한 건설경기의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인한 거시경제 운용의 어려움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정책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실물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분양권 상한제 확대를 반대했지만, 국토부의 강행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한 민간경제 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결정할 수 있는 국토부의 재량권을 확대한 것 자체가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면서 "규제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이로인한 투자·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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