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서 노트북 켜고 위엔 정장, 밑엔 반바지… 지금 AI면접 중입니다

입력 2019.08.12 03:09

[오늘의 세상] 140개 기업이 'AI 면접'… 블라인드채용법 등 영향 1년새 3배로

한 공기업의 AI(인공지능) 면접을 30분 앞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자취방을 잘 치워놓고 노트북을 켰다. 상의는 검은색 정장에 하얀 셔츠로 전형적인 면접 복장을 갖췄지만, 하의는 늘 입던 반바지 차림이었다. 노트북 카메라에 상반신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 화면에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 기본 질문으로 시작해 상황 판단, 공감 능력 등을 테스트하는 질문들이 50분 넘게 이어졌다. 김씨는 "AI가 내 표정과 답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긴장해서 답변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IT 설루션 회사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지난해 8월 45개사에서 올해 8월에는 140개사로 1년 만에 세 배 넘게 늘었다. AI 면접 요령을 가르치는 학원들까지 등장했다. 실제 AI 면접과 비슷한 상황에서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강좌는 3시간에 55만원 안팎의 고액을 받는다. 비싼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취업준비생들은 한 업체가 만든 1만원대 '간이 AI 면접' 프로그램을 사서 연습하기도 한다. AI 면접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자판기는 남녀, 외모, 빈부 차별이 없다'는 말처럼 AI 면접은 외모나 학벌 등에 대한 선입견 없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기계 앞에서 면접을 보는 것 같아 거부감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년 만에 AI 면접 도입한 기업 3배 늘어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은 지난달 진행한 신입사원 선발 전형에서 처음 AI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 총점에 AI 면접을 40%, 면접관 면접을 60%로 반영했다. SR 관계자는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 임기응변력, 성격 등을 판단하는 정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은행권과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 제약업계에서도 AI 면접을 도입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부터 체험형 인턴 전형에서 최종 면접을 AI 면접으로 실시했다. 대기업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LG 유플러스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 AI 면접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공채에 AI 면접을 도입하기로 했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부 검토가 남아서 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AI 면접 진행 방법 그래픽
/그래픽=이철원
'4차 산업혁명'으로 생겨나는 변화로 볼 수 있지만, 블라인드 채용법 대비용으로 도입한다는 기업도 많다.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법이 도입되면서 기업(직원 30명 이상)이 면접 과정에서 가족의 직업, 재산, 학력 등 구직자 본인의 업무 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질문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금융권 등 채용 비리 이슈가 있었던 곳들이 AI 면접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AI 면접이 당락 가를 수도

AI 면접을 본 박찬현(27)씨는 "사람 대 사람의 면접이 아니어서 긴장감이 덜 했지만, 카메라 렌즈를 보며 대화를 하니 면접이라기보다 검사라는 느낌이 강했다"고 했다. 한 공공기관 AI 면접 전형에 응시했던 황모(29)씨는 "1분 안에 빠르게 대답해야 해서 내 역량을 다 보여주기 힘들었다. 로봇처럼 대답하는 사람이 유리한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엔 AI 면접에 관련된 글이 쏟아지고 있다. AI 면접의 핵심은 음성과 영상 정보로 응시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물쭈물하거나, 딴 곳을 쳐다보는 등 불성실한 태도는 감점 요인이다. AI 면접 프로그램 설계 업체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답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AI 면접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참고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AI 면접을 도입한 국민은행은 "사람이 하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보완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AI 면접을 도입했고,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무훈 박사는 "현재 기술 상황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머지않아 AI 면접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회사의 우수한 직원들을 분석해 그들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면접자들을 선발하는 기술 등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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